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마을과 알베르게

산티아고 순례길의 마을과 알베르게는 순례자들의 쉼터이다.

by with

산티아고 순례길의 목적지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이지만,

순례길을 걷는 여정에서 만나는 마을과 알베르게는 순례길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보석이었다.

매일매일 하루 순례길의 걸음을 멈추는 마을과 알베르게는 나의 쉼터이자 놀이터였다. 너무나 다양한 스페인의 작은 마을들과 각양각색의 특징을 가진 알베르게들은 모든 순례자들의 순례길 여정에 산소 같은 존재였다.


작은 로르카(Lorca) 마을에는 한국인 아줌마가 운영하는 알베르게가 있다!


로르카 마을은 참 작고 예쁜 마을이었다. 집집마다 담벼락에는 작고 예쁜 꽃 화분들이 걸려 있었다. 꽃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인 게 분명하다. 알베르게로 가는 길목에 놀이터가 있는데, 로르카 마을 아이들이 신나게 놀고 있었다. 나도 아이들을 한참 쳐다보고, 아이들도 지나가는 순례자들을 쳐다보면서 놀고 있다. 이 놀이터는 순례길과 함께 있으니, 어쩌면 아이들은 순례자들을 만나는 것이 그리 낯설지 않은 일상일 수 있겠다. 그러나 나에게는 스페인의 아이들이 신나게 뛰노는 모습들을 보는 것이 엄청 설레고 신나는 시간이다.

KakaoTalk_20241128_171456494_01.jpg
KakaoTalk_20241128_171456494_02.jpg

로르카 마을은 작은 마을이어서 알베르게도 2,3개 정도밖에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순례자들은 간단한 차 한 잔을 하거나 점심을 먹고 지나가는 마을이다. 그러나 한국인 순례자들에게는 로르카 마을에 특별한 알베르게가 있다. 한국인 아줌마가 운영하는 알베르게이다. 나도 전 날 전화로 예약을 해두고, 아침에 동키 서비스로 큰 배낭을 먼저 보내두었다. 그리고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순례길을 즐기면서 로르카 마을을 향해 걷고 있었다. 오후 3시가 지난 후 전화가 왔다. 알베르게 아줌마였다. 예약한 대부분의 순례자들은 알베르게에 도착했는데, 나는 아직 도착하지 않아서 걱정이 되어서 전화를 했다고 하신다. 다른 알베르게는 늦게 도착해도 연락이 온 적이 없다. 한국인 특유의 정서가 아닐까 싶다. 전화를 받은 이후에는 속도를 좀 더 내어 알베르게를 향해 걸었다.

로르카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나는 남녀 혼성 도미토리를 예약했는데, 한국인 알베르게 아줌마는 나를 2인용 방으로 안내했다. 도미토리는 다 찼고, 2인용 방은 비어 있어서 사용하라고 하신다. 덤덤히 건네는 말투였지만, 따뜻한 공기와 함께 전해오는 환대를 느낄 수 있었다. 매우 깨끗해 보이는 파란 시트로 덮여 있는 1인용 침대가 2개 있는 방인데, 내가 먼저 왔는지 다른 침대는 비어 있었다. 오후 5시가 다 되어 가는 꽤 늦은 시간이니, 아무도 오지 않으면 나 혼자 사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되었다. 혼자 조용히 밤을 보내는 것도 순례길에서 때때로 필요한 날이기에 은근히 기대를 했지만, 5시가 지나서 엄청 씩씩한 독일 아줌마가 룸메이트로 들어왔다. 나보다 더 천천히 순례길을 즐기는 순례자였다.

이 날 늦은 시간에 만난 룸메이트는 이 날 이후로 순례길의 BFF(Best Friend Forever)가 되었다. 이름은 클라우디아(Claudia), 산티아고 순례길을 세 번째 걷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나도 사람을 만나면 쉽게 사귀는 외향형인데, 클라우디아는 나보다 더 외향적이고 활기찬 독일에서 온 아줌마였다. 보기에는 나보다 더 나이가 들어 보였지만, 사실은 50대 중반으로 나보다 두세 살 어린 동생이었다. 나는 며칠 동안 나이를 밝히지 않았다. 나를 동생으로 짐작하고 대화를 하는 것을 그대로 즐겼다. 하룻밤 동안 우리는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누고, 친구가 되었다.

로르카 알베르게를 운영하는 한국인 아줌마의 남편은 스페인 아저씨였다. 부부가 작은 마을에서 작은 알베르게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었다. 분명히 인생 스토리가 있을 것 같아서 궁금했지만, 조금은 내성적인 아줌마는 그리 긴 얘기를 하지는 않았다. 매일 만나는 순례자들마다 궁금할 터이니, 아줌마의 적당한 대화가 이해가 되었다. 아저씨는 알베르게의 셰프였다. 저녁 식사 메뉴는 샐러드와 파스타와 피자, 그리고 와인 한 잔이었다. 알베르게에 묵은 열 명 남짓한 순례자들과 함께 저녁을 먹었는데, 너무나 신선한 재료와 맛있는 저녁식사에 모두들 행복해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산티아고 순례길 여정의 다른 날들보다는 좀 더 특별한 저녁 시간을 보냈던 로르카 마을에서의 하룻밤이었다.

KakaoTalk_20241128_171456494_03.jpg
KakaoTalk_20241128_171456494_04.jpg
클라우디아와 내가 묵었던 방 & 맛있고 신선했던 샐러드
로르카 마을의 아침, 너무 예쁜 마을이었다!


산 위에 있는 몬자르딘(Monjardin) 마을에는 기독교 공동체가 운영하는 Oasis Trails 알베르게가 있다!


몬자르딘 마을은 산 오르막 끝에 있는 순례자들에게는 오아시스 같은 마을이었다. 이 마을이 없다면 순례자들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산을 내려가야 하는데, 감사하게도 더 이상 걷기 힘든 지점에 있는 반가운 마을이었다. 그래서 알베르게 이름이 Oasis Trails이었나 보다. 오아시스와 같은 마을에 오아시스와 같은 알베르게^^

오아시스 트레일즈 알베르게는 기독교인인 나에게 정말 특별한 알베르게였다. 나는 이러한 알베르게가 있는지 모르고 순례길을 시작했다. 동키 서비스를 사용하기에 미리 알베르게 예약을 해야 하지만, 하루동안 어느 정도를 걷고 어느 마을에서 하룻밤을 묵을지를 순례길 책자를 참고하면서 하루나 이틀 전에 결정하고 알베르게 예약을 하면서 걸었다. 그래서 예약을 하면서 이 알베르게가 기독교인 공동체가 운영하는 알베르게인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나에게 이번 순례길은 이런저런 기도제목을 마음에 품고 기도하면서 걷는 '기도 길'이었다. 그래서 어떠한 알베르게인지 매우 궁금했고, 어떠한 하룻밤의 경험을 하게 될지 엄청 기대를 하면서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알베르게 마당에는 예약을 하지 못한 순례자들이 방 배정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이 날 아침 7시쯤에 출발하는 알베르게에서 전화로 겨우 예약을 할 수 있어서, 바로 방배정을 받을 수 있었다. 예약을 하지 못한 순례자들이 꽤 많았다.

KakaoTalk_20241128_171559558.jpg
KakaoTalk_20241128_171559558_01.jpg
예약을 안한 순례자들이 알베르게 마당에서 방 배정을 기다리고 있다.

순례길을 걷다 보면 알베르게 예약 시스템이 생긴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표현하는 순례자들을 만나게 된다. 알베르게 예약이나 동키 서비스가 없던 예전에는 오롯이 자신의 배낭을 메고 순례길을 걷다가 멈추게 되는 마을에 있는 알베르게에서 하룻밤을 묵었다고 한다. 그것이 순례길의 정신과 일치하는 순례인데, 지금은 많이 상업화가 되어서 순례길의 순전한 정신을 느끼는 것이 방해가 된다는 말이었다. 많이 공감이 되는 내용이었다. 동키 서비스는 두 회사가 경쟁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프랑스길 800km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알베르게에서 이용할 수 있으니 엄청난 비즈니스였다. 그런데 나는 고난을 느끼기 위해 순례길을 걷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의 순례길의 목적인 건강하게 즐기며 걷기를 위해서는 동키 서비스가 필요했다. 동키 서비스가 없었다면 내가 어떻게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한번 더 걷게 된다면 배낭의 무게를 줄여서 배낭을 직접 메고 걸어보는 것도 시도해보려고 한다.

다시 오아시스 트레일즈 알베르게로 집중해 보자! 오아시스 트레일즈 알베르게는 기독교인 자원봉사자의 섬김을 통해서 운영이 되는 알베르게였다. 각자의 은사와 재능에 따라 알베르게 청소로 봉사하는 이가 있고, 식사를 만드는 셰프로 봉사하는 이가 있고, 예약을 받고 방 배정을 하는 운영 부분에서 봉사하는 이가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알베르게의 저녁 식사는 Community Dinner로 알베르게에 묵는 모든 순례자들이 다 함께 모여서 저녁식사를 하는 것이었다. 봉사하시는 분들의 환대와 섬김은 50여 명의 순례자들이 더없이 따뜻한 저녁식사 시간을 즐기게 하였다. 내가 앉았던 기다란 식사 테이블에는 15명 정도의 세계 각 나라에서 온 순례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했다. 대만에서 온 남자 청년, 일본에서 온 할머니, 독일에서 온 자원봉사자, 영국에서 온 순례자들과 함께 먹고 웃고 대화하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보냈다. 일본에서 온 할머니는 같은 방을 사용했는데, 산티아고 순례길을 꼭 걷고 싶었는데 또 한 해가 지나면 못 걸을 것 같아서 제대로 준비도 못하고 출발하셨다고 했다. 전 세계에서 오는 순례자들이지만, 이곳까지 온 마음과 걷는 목적이 비슷하기에 참 빨리 마음문이 열리고 즐거운 대화를 하게 되는 것 같다. 독일에서 온 자원봉사자는 이번이 두 번째 자원봉사인데, 3개월 정도 봉사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만약에 내가 이 알베르게에서 자원봉사를 하게 되면 한국인으로서는 첫 번째 봉사자가 되는 것이라고 제안을 한다. 언젠가 순례자가 아닌 자원봉사자로 오아시스 트레일즈에 있는 나의 모습을 그려본다. 그날이 현실이 되는 날이 올 것 같다.

KakaoTalk_20241128_171559558_06.jpg
KakaoTalk_20241128_171559558_07.jpg
Oasis Trails 알베르게는 순례자들이 함께 식사하는 Community Dinner가 전통이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Pray Time 있는데 필수가 아니고 선택이라고 광고를 하신다. 어떻게 기도 시간이 진행이 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도도 하고 싶은 마음에 함께 참여를 했다. 약간은 어두운 조명이 있는 방에 각자 앉고 싶은 자리에 가서 편하게 앉는다. 기도 시간의 호스트는 함께 하는 모든 이들에게 허브티 같은 따뜻한 차를 따라주었다. 그리고 돌아가면서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순례길을 걷게 되었는지 등등 나누고 싶은 자신의 스토리를 이야기했다. 나도 지금 이 알베르게에 오기까지의 인생 여정, 순례길을 걷는 마음, 기도 제목 등등을 나누었다. 모두들 마음을 모아 들어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로 그 마음을 표현해 주어서 함께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함께 기도를 한 후, 자유롭게 개인의 기도 시간을 하고 떠나는 것이었다. 순례길 여정에서 이러한 경험을 하게 될 줄 기대를 못했는데, 어디를 가도 믿음의 지체들이 있고 공동체를 느낄 수 있음에 더 따뜻한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언젠가 다시 이 길을 걷게 되면 다시 들르고 싶은 알베르게이다. 순례자로 들르게 될지, 자원봉사자로 함께 하고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KakaoTalk_20241128_171559558_02.jpg
KakaoTalk_20241128_171559558_03.jpg
이층 침대가 3개 있는 방이다. 나를 포함해서 6명의 여자 순례자들이 함께 했다.


고즈넉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빌라프란카 몬테스(Villafranca Montes) 마을과 San Anton Abad 알베르게


빌라프란카 몬테스 마을 입구에 들어섰을 때, 크지도 작지도 않은 마을인데 그 마을만이 품기는 기품이 느껴졌다. 꽤 오랜 전통을 가진 듯한 성당이 마을 중앙에서 마을의 영성을 책임지는 듯한 견고함으로 정감 있게 자리 잡고 있고, 골목과 집들은 그리 유난스럽지 않게 순례자들을 환대하는 분위기로 있는 듯했다.

KakaoTalk_20241128_174805128_01.jpg
KakaoTalk_20241128_171917217_07.jpg
KakaoTalk_20241128_174805128.jpg
빌라프란카 몬테스 마을의 중앙에 있는 성당

이 마을에서 묵었던 산 안톤 아바드 알베르게는 나의 순례길 여정에서 묵었던 알베르게들 중에서 마당이 가장 예쁜 알베르게였다. 작은 마당에는 순례자들이 쉴 수 있도록 의자들이 자유롭게 있었고, 잔디밭으로 된 큰 마당에는 빨랫줄이 있어서 그날 순례자들과 함께 걸었던 옷과 양말들이 형형색색의 빨래들이 되어 빨랫줄에 걸려 있었다. 내 침대 바로 앞에 창문이 있어서, 침대에 누워서 넓은 마당과 예쁜 빨래들을 한참 동안 볼 수 있는 행운의 시간을 가졌다. 몸과 마음이 정말 가벼워지는 온전한 쉼의 시간이었다.

정말 신기하면서도 기뻤던 것은 로르카 알베르게에서 만났던 독일인 친구인 클라우디아를 이 알베르게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빨래를 한 바지와 양말을 빨랫줄에 널고 있는데 누군가가 창문에서 손을 힘차게 흔들고 있는 것 같아서, 고개를 들어 창문 쪽으로 보니 클라우디아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 반갑고 좋아서 한달음에 그녀가 묵고 있는 방으로 달려가서 반갑게 껴안았다. 우리는 그동안의 여정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한참 동안 나누고, 마을에 있는 카페에 가서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다. 영어로 말하는 것이 자유로운 클라우디아는 그동안 순례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친구가 되었는데, 이 날은 그들과 다 함께 수다를 떨며 신난 저녁 식사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모두들 호주에서 미국에서 프랑스에서 혼자 온 여성들이었는데 얼마나 유쾌하게 대화를 나누는지, 너무나 빨리 대화를 나누는 그들의 말을 모두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환한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같이 즐겁고 신나는 저녁이었다. 그리고 지구라는 전 세계에서 이렇게 많은 용감한 여성들이 각자의 순례길에 대한 의미를 가지고 이 길을 걷고 있음을 생각하면서 혼자 생각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KakaoTalk_20241128_171917217_04.jpg
KakaoTalk_20241128_171917217_03.jpg
마당이 예쁜 산 안톤 아바드 알베르게
KakaoTalk_20241128_171917217_05.jpg
KakaoTalk_20241128_171917217_09.jpg
순례자들은 알베르게에 도착하면 빨래부터 한다!

이 알베르게에서 일본에서 온 Megumi 부부를 만난 것은 정말 특별한 만남이었다. 알베르게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기 위해 알베르게 내에 있는 식당에 혼자 내려갔는데, 옆 테이블에 동양인 부부가 앉아 있었다. 그리 활기차 보이지도 않고, 뭔가 문제가 있는 듯한 표정으로 점심을 먹고 있는 것 같아서 나의 호기심이 발동되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비슷한 분위기의 사람들인지라 반갑기도 하였다. 먼저 눈인사를 하면서 분위기를 살핀 후,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물어보니 일본에서 왔다고 한다. 나는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엄청 반가워하면서 딸이 K-pop을 엄청 좋아해서 한국에도 간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대화를 나눌 때 표정이 참 부드러워 보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지 않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무슨 어려움이 있는지 슬며시 물어봤다. 그러니 남편보다 영어를 더 잘하는 메구미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들이 지금 해결해야 할 힘든 일이 있음을 이야기했다. 내용은, 알베르게를 어떻게 예약을 하는지 몰라서 예약을 못하기 때문에 동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어서 그동안 커다란 배낭을 직접 메고 순례길을 걸었다고 한다. 그런데 남편이 발목을 다쳐서 이제는 배낭을 직접 메고 걷기가 쉽지 않은 상태인데 어떻게 알베르게를 예약하는지 몰라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오! 그 문제는 내가 해결 방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아주 친절하게 또박또박 해결 방법을 설명해 주었다.


*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알베르게를 예약할 수 있는 3가지 방법

1. 알베르게를 예약할 수 있는 App을 이용한다. 나는 부킹닷컴(booking.com)을 이용했다.

2. 예약하고 싶은 알베르게에 이메일로 언제 숙박하는 것에 대해 예약을 하고 싶다고 가능한지 요청한다.

3. App으로 예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급할 때는 전화로 예약 여부에 대한 통화를 한다.


나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위의 3가지 방법을 모두 활용하였다. 부킹닷컴으로 예약을 할 수 없을 때는 이메일이나 통화로 예약을 하면서 동키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었다. 무거운 배낭을 메지 않고 순례길을 걸어서 나에게 가장 좋은 것은 늘 좋은 컨디션으로 순례길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의 산티아고 순례길은 '고난의 길'이 아니라 '기도의 길'이었기 때문에, 좋은 컨디션으로 걷는 것이 나에게는 주요한 부분이었다.

순례길을 처음 걷는 메구미 부부는 앱을 활용한 예약을 몰랐던 것이었다. 그런데 남편의 발목이 아프기 때문에 다음 날 출발하기 전에 동키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다음 날 묵을 알베르게를 당장 예약을 해야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알베르게를 반드시 예약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알려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앱으로 예약이 가능한지 끝까지 함께 했다. 그런데 다음 날 목적지인 마을에 있는 알베르게가 이미 모두 매진이어서 예약이 불가능하였다. 메일이나 전화로 시도해 보라고 이야기하니, 인터넷은 사용할 수 있으나 통화는 안된다고 한다. 메구미 부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표정으로 감사하다고 말하고 일어났다. 아픈 몸으로 배낭을 메고 걷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아는 나로서는 그 부부의 얼굴 표정이 계속 떠올라서 내가 직접 통화로 예약이 가능한 알베르게를 알아보기로 했다. 두세 군데 알베르게와 통화를 한 끝에 두 사람이 묵을 수 있고 예약이 가능하다는 알베르게와 통화를 하게 되었다. 나는 '메구미'라는 이름으로 예약을 하고, 이 부부에 달려가서 예약이 되었다고 알려주었다. 천사를 만난듯한 표정으로 감사를 표현하는 메구미의 얼굴을 보면서, 순례길에서 정말 힘들어하는 선한 사마리아인을 도왔다는 기쁨이 몰려왔다. 저녁 늦은 시간에 메구미는 나를 찾아와서 지금 가지고 있는 간식 중에서 나에게 정말 주고 싶은 것을 가지고 왔다고 몇 개를 손에서 손으로 건네었다. 수줍게 건네면서 일본에도 좋은 순례길이 있으니 언젠가 한번 같이 걸으면 좋겠다고 사랑의 초대의 말까지 하였다. 지금 우리는 페북 친구가 되어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있다. 언젠가 일본이나 한국 중 어딘가에서 부드럽고 따뜻한 표정의 메구미 부부를 만날 것 같기도 하다. 다음 날 아침 메구미 부부는 다시 한번 감사의 표현을 한 후, 나보다 일찍 알베르게를 출발하였다. 그리고 며칠 후 우리는 부르고스에서 다시 한번 만날 수 있었다.

KakaoTalk_20241128_171917217_10.jpg
산 안톤 아바드 알베르게(빌라프란카 몬테스 마을)02.jpg
순례길의 나의 BFF, 독일인 클라우디아와 일본인 메구미 그리고 영국인 데비! 보구싶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5km 정도마다 마을이 있었다. 나는 300km를 걸었으니 60여 개의 마을을 지나갔고, 20여 개 정도의 알베르게에서 묵었다. 그리고 순례길에서 잠깐의 만남이든 대화를 나눈 만남이든 친구가 되었던 만남이든, 백여 명의 사람들과 따뜻한 인사를 나누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의 하늘, 바람, 구름, 나무들 모두 나에게 엄청난 사랑을 주었던 친구들이었다. 지금 그 모든 친구들이 너무나 그립고 보고 싶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