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는 뭐가 있는데요? 3화
캄보디아의 맥주
Angkor Beer, Cambodia Beer, Heineken Beer, Tiger Beer, Anchor Beer, ABC Beer, Cambodia Beer, Black Panther, Phnom Penh Beer, Crown Beer, ABC Beer, Bayon, Klang, Kingdom, Ganz Berg beer, Khmer Beer, Leo…
캄보디아에서 생산되는 맥주 리스트를 아는 대로 나열해 보았습니다. 유명한 수입 맥주를 제외하고도 아마 몇 가지 브랜드 이름이 더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캄보디아에서 생산 유통되는 맥주의 종류가 많은지는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여기에다 사제 맥주 로컬 크래프트 비어를 생산하는 곳까지 포함시킨다면 맥주를 생산하는 브랜드는 더욱 늘어납니다. 참고로 캄보디아의 맥주 업계에 따르면 프놈펜에 16개, 씨엠립에 3개, 캄폿에 3개, 시아누크빌에 1개, 바탐방에 3개의 사제 맥주집이 있어 맥주 애호가들과 여행객들이 이곳을 찾아다니며 품평을 하기도 합니다.
# 맥주의 천국 캄보디아
‘아니. 하이네켄이 캄보디아에서 생산된다고요?’
맥주를 즐겨 마시는 한국분 지인이 저와 맥주 이야기를 하다가 깜짝 놀라면서 하이네켄을 계속 수입산 맥주라고 생각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보여 하이네켄만 많이 마셨다고 웃으며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캄보디아에 살면서 여러 좋은 점 중 한 가지는 바로 저렴한 가격에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점입니다. 시원하고 맛있는 맥주를 한 캔에 60센트 전후에 살 수 있으니 우리나라와 대비하면 대략 절반 가격인 것입니다. 여기에 쏠쏠하게 나오는 캔 뚜껑 뒷면의 ‘한 캔 더’의 보너스 프로모션은 맥주 마시는 재미를 더욱 배가시킵니다.
저는 최고 당첨 금액이 10,000 Riel인데, 며칠 전에 같이 저녁을 같이 했던 지인 분은 ‘12캔 더’가 당첨되었다고 저한테 보여줘 신기하다고 사진을 찍은 적도 있습니다. 저희 직원의 이웃은 픽업트럭까지 당첨되었다고도 하니 실제로 프로모션 대로 상품이 지급되는가에 대한 대한 의심은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 회사는 자사 보유 포장재 공장에서 여러 맥주 공장에 맥주 박스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대략적인 맥주 소비량을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저는 한 달에 공급되는 맥주 박스 숫자를 듣고 이렇게 캄보디아 사람들이 맥주를 많이 먹는지 깜짝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저희 공장은 6~8개 맥주 생산 공장에 한 달에 약 5백~6백만 장의 맥주 박스를 공급하고 있으니, 경쟁 포장재 회사 포함 해 총 2개의 포장재 공장이 한 달에 약 1천~1천2백만 장의 맥주 박스를 공급한다고 추정하면 캄보디아 국민들이 한 달에는 0.7 박스씩(약 17캔), 1년에는 8박스 (약 200캔) 정도를 마신다고 예상을 할 수가 있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맥주를 마시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 자료는 찾지 못했습니다만, 2016년 당시 하이네켄이 자체 추정한 맥주 소비량을 보면 캄보디아의 맥주 소비량은 1인당 38.6리터 (인구 1580만 명 기준)를 마신다고 하고 이는 동남아 권역에서는 최고 소비량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를 다시 350 밀리리터 캔으로 나눠 보면 국민 1인당 맥주 소비량은 1년에 110캔, 즉 1년에 4.6박스를 비우는 상황이 됩니다. 제가 추정하는 맥주 소비량과는 차이가 있지만 하이네켄 사의 자체 조사가 5년 전 자료이고, 맥주 업계가 연평균 10% 이상 성장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간격은 꽤 좁혀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Beer Brand Battle Begins!
비즈니스 인사이트 관점에서 보면 사실 맥주는 매우 경쟁이 심한 업종입니다. 맥주 애호가에게는 참으로 불경스러운 말이나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맥주에 대한 품질과 맛은 맥주 브랜드 간에 그다지 큰 차별성이 없습니다. 참고로 캄보디아에서 생산되고 유통되고 있는 맥주 회사들의 대부분은 독일에서 첨단 맥주 제조 설비를 도입했거나 유명 맥주 회사와의 합작, 제휴 등을 통해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품질은 믿을 수 있습니다.
큰 차별성이 없는 맥주 맛을 가지고 맥주 회사들 간에 브랜드 이미지 광고, 프로모션 등을 통하여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에 경쟁을 합니다. 더군다나 캄보디아 정부는 이러한 과당 경쟁에 대한 제제나 가이드라인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에 캄보디아 맥주 회사들이 광고와 프로모션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습니다. Cambodia Beer의 한 임원은 어느 정도 과장은 있겠지만 한 달에 약 2백만 불을 광고와 마케팅 비로 쏟는다고 귀 뜸을 했는데, Angkor Beer, Ganz Berg, Tiger Beer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맥주 회사 간의 마케팅 전쟁이 과열되면 될수록 좋은 곳이 바로 광고 회사입니다. 2017년 기사이기는 하지만 맥주 시장이 연 10% 수준의 성장을 계속할 때 맥주 광고는 연 19%의 성장을 기록하였습니다. 노르돔 도로에서 이온몰 1로 들어가는 4거리의 대형 광고판은 제일 비싼 광고 자리로 유명한데 맥주 회사들이 서로 광고를 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러한 경쟁에 뒤쳐지면 맥주 시장 점유율은 한순간에 떨어집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과거 몇 년 동안 시장 1위를 줄 곳 유지하던 Angkor Beer가 근래에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리가 들리더니, 결국은 지분 모두를 Carlsberg에게 매각하기도 하였습니다.
9개의 맥주 생산 공장과 수십 개의 맥주 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캄보디아 맥주 시장에 최근 들어 또다시 신규 맥주 공장 2개가 더 들어선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수 백억 원이 소요되는 맥주 사업에 새로이 뛰어들거나, 공장을 추가 확장한다는 소식은 아직도 맥주 업계는 여전히 맥주 시장의 계속된 성장을 예측하고 있거나, 경제학적으로 초과 이윤이 많은 수준이구나라고 저는 해석을 합니다. 5년 후의 맥주 시장은 누가 왕좌를 지킬까요? 자못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