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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성희 Jan 12. 2022

그 사람 이야기

그래도 꽤 많이 나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선배를 만나면 괜시리 조급해진다.

또 들키게 될까...


그 선배가 물었다.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인데?"


음...


어떻게 얘기해야 할까?,,,


선배 앞에서의 대답은 다시 마음을 살피고 천천히 명확하게 솔직하게 해야한다.


그래야 뒷탈이 없다.


보통 출근해서 인사 후 나누는 의미없고 그냥 흔한 인터넷 뉴스들처럼 얘기해서는 안된다.


그랬다가는 결국 내 말에 내가 걸려 혼쭐이 난다.


진실이 아니라는 눈빛에..



" 그래서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인데? "


선배가 물었다.


" 음...  불구덩이라도...  내가 가자면  데리고 같이 가주는 사람..."


내 대답은 이거였다.




내가 불구덩이라도 가고 싶다면...



마치 자기 생각은 원래 없었던 것처럼,


거기가 봄날 나들이 가는 한강둔치처럼,


그렇게 즐겁게 가 줄 사람이었다.


내가 외출 시 필요한 생수 한 병과 매실액이 담긴 음료 한 병, 소세지 몇 개와 진통제,


그리고 나를 모실 자가용까지 준비해서 나를 픽업하러 올 것이다.


그런 사람이었다.



그게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그게 불구덩이라도 상관없는데 문제였다.


아니 불구덩이가 문제가 아니라


나는...


' 거기는 아니야. 왜 거기가 가고 싶어? 그것보단 바다를 보러가진 않을래? 실내 야구장에 가서 방망이라도 휘두르는 건 어때?  ...'


적어도 대화가 필요했다.




우리의 삶을 결정하고 우리가 살아가야 할 길이


내가 혼자 끌고 가고 책임져야 할 일처럼 느껴진 거였다.


그래서 내 삶이 무거워진거였다.



한번쯤은 ' 괜찮아. 내가 다 준비해놨어.'

아니, ' 준비 중이야. 난 이런 꿈을 꾸고 있거든. 들어와볼래? '


이런 말들이 필요했는 지도 모른다.



안다.


감사해야할 투정이라는 걸.



하지만...



하지만 자꾸.


'하지만' 이 남는다.



다투고 나면 식음을 전폐하고 일도 생활도 무너져 버리는 그가 걱정이 됐다.


정확히 말하면 그 옆에서 함께 하고 있는 내 삶이 걱정이 됐다.


저러다 회사에서 해고라도 당하면 생활은 어떻게...?


건강이라도 나빠져서 병원 신세라도 지게 되면 어떻게...?


자기계발은 못 할 망정, 저렇게 주저앉아 버리면 어떻게...?



어떻게... 에 뒤엔 내 삶이 걱정이 됐다.


그렇게 내 책임이 무거워져 갔다.


고마움보다 더 무겁게 느껴지는 책임이 나를 더 조바심나고 행복하지 못하게 했다.



내가 더 돈을 벌어야해.

내가 더 안정적으로 일을 해야만해.

내가 더 올바르고 바람직하게 살아야해.

내가 더 많이 배워서 이 사람을 지켜야 해.



이 모든 것들이 책임이 되었다.



불구덩이도 같이 가주길 바랬던 내 바람이


그런 그가 걱정이 되고


그 걱정으로 벗어나 자유롭고 싶어진 거다.




내가 올바르지 않아도,

내가 안정적이지 않아도,

내가 흔들려도


좋은 자리로 데려다 줄.


그런 대화가 필요한 거였다.







#책과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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