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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성희 Jan 13. 2022

받아들이거나 헤어지거나

늘 찌푸린 표정의 아빠의... 엄마를 향한, 우리를 향한, 누군가를 향한 지청구가 나는 싫고 겁이 났다.

그런데 그 원인 모르던 지청구의 정체를 서른 중반이 넘으니 조금은 알 수 있게 되었다.

나도 누군가를 향해 잔소리가 많아진 사람이 되었으니 말이다.

아빠는 잘 살고 싶었을 것이다.
가난한 집안에 똑똑한 장남으로 태어나, 본시 갖고 있는 착함과 성실함으로
시골 국민학교에서 매번 1등을 하며 수재란 소리를 듣고 중학교 때 서울로 올라와 자취를 했다고 했다. 그 어린 나이에 말이다.
그마저도 국민학교 시절에도 돈 벌러 간 할머니, 할아버지를 타지에 두고 아빠는 본인의 할머니와 살았으니 부모의 정에 어리광을 부려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매서운 엄마와 힘들어하는 아버지 사이에서 철없이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두 동생을 대신해서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는 여린 마음에 장남인 아빠는 고생하는 부모님을 위해 열심히 성실하고  잘 살고 싶었을 것이다.

반대로 황해도에서 꽤 부자로 그 곳에 고향을 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이 곳 삶이 가난했지만 사랑만큼은 넘치는 가정을 꾸리고 엄마는 그런 외가의 꽃이었다.

그런 둘이 선으로 만나 아빠는 엄마의 예쁜 외모와 활기찬 모습에, 엄마는 아빠의 진취적이고 자신감 가득한 미래를 꿈꾸는 모습에 결혼으로 이루어졌다.

살다보니.. 아빠의 잘 살고 싶은 성실함과 승부욕은 엄마의 현재에 만족하는 온화함이 답답했고 엄마는 아빠가 버겁고 귀찮았다.

어릴 적, 엄마를 향해 지청구를 해대는 아빠가 싫고 무서웠다.

엄마는 가정을 지키며 열심히 쉬지않고 늘 웃는 모습으로 우리를 사랑해 주는데 아빠는 왜 저러지 원망도 많았다.
시어머니 모시며 착하게 남편, 자식 뒷바라지 하는 엄마를 아빠가 살뜰히 아껴주지 않는 게 원망스러웠다.

지금도 다르진 않다.

격일로 쉬는 힘든 날 조차, 본인이 지은 30년이 넘은 집을 이리저리 고치고 정리한다.
그걸 안하는 엄마를 지청구하면서...

여전히 나는 그것이 싫다.
이제는 겁이 아닌 불안이 되어 그 모습이 더욱 싫다.

하지만, 아빠의 찌푸린 얼굴이..
밤새 읊조리는 잔소리가...
왜 계속되는지...
화도 못내면서 지청구가 왜 계속되는지는 이제는 안다.

받아들이지 못하면 서로가 고통이다.

잘 살고 싶은 승부욕과 열정으로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남자와
그래도 괜찮은 현재를 만족하고 현재를 행복할 수 있는 여자.

둘 중 누가 옳고 그른 것은 없다.

그저 그런 사람과 이런 사람이 만난 것일 뿐.

받아들이거나 헤어지거나 일 뿐.









#책과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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