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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성희 Jan 15. 2022

모퉁이를 돌면

 모퉁이를 돌면 되는 거 였다.


한 달을 넘게 이 곳을 다니면서 매일 택시를 불러 목적지인 이 곳 앞에서 내리고 다시 타곤 했었다.


굽어져 있는 길이 길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선뜻 용기가 나질 않았다.


그래서 차비가 아까웠지만 택시를 불렀었다.


오늘은 예정되었던 일이 뒤로 미뤄지면서 이른 오후에 퇴근 길에 나설 수 있었다.


아침까지 무섭게 내리던 비는 벌써 말라 쨍한 하늘만 있는 조금은 더운 오후였다.


택시를 부르려다... 가만히 길 앞에 섰다.


내 쪽에서 바라본 인도엔 어린이 보호용 안전 담장이 쭉 둘러있었다.


중간에 빠져나갈 수 없는 이 길은 나에겐 오히려 안전하지 않다.


오늘은 택시 대신 버스를 타고 싶었다. 내 생활에 매일 가는 곳 마다 택시를 타는 게 참 버거운 일이었다. 


오늘은 이 길에 도전해보자.


내 쪽으로 굽어진 길 끝은 보이지 않아 안전 담장도 이 길도 참 답답하게 느껴졌다.


작은 횡단보도를 건너 맞은편으로 나와서 길 끝을 봤다.


이것 참... 다른 시선 끝에 다른 길이 보였다.


길 끝이 보이자 이 길이 얼마나 짧은 길인가가 보인다.


한 발씩 걸어보니, 뜨거운 햇살도 그런데로 행복하고 비로 맑아진 하늘도 즐겁다.


몇 분을 걷는 것에 익숙하자 길 가에 심어놓아 아기자기 예쁜 꽃들이 사랑스럽게 예쁘다.



모퉁이를 돌면 되는 것이었다.


작은 횡단보도를 건너 듯, 내게 막힌 모퉁이를 돌면 답답하게 막혀있어 정체를 알 수 없어 두려웠던 길 끝이 보이기도 하고 걸고 싶은 길이 보이기도 한다.


내 앞에 무섭게 가로막고 있는 모퉁이들을 돌다 보면,


하루 하루 길을 건너다 보면,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보이고


내가 가야 할 길의 끝도 조금은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그저 난 내 앞에 떡 버티고 있는 이 크고 작은 모퉁이를 돌 용기를 내면 된다.


내가 할 일은 모퉁이를 도는 일이면 되는 것이다.










#책과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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