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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성희 Jan 21. 2022

팔자걸음

‘발을 이렇게 똑바로 해야지~’

‘응 그래~ 이모가 계단을 내려갈 때 발이 일자가 아니구나~!’


조카를 유치원 픽업하여 동생이 올 때까지 봐 주는 엄마를 위해 방학이 되면 조카를 돌보는 일을 하기로 마음 먹었었다. 그렇게 방학이 되고 방학이 되니 그동안 긴장하며 쌓여던 피로가 밀려와 한 바탕 몸살을 겪고 일주일이 지나서야 엄마를 대신할 수 있었다. 세상 예쁜 조카들이지만 일상과 물리적인 거리로 제대로 만나지 못하는 것도 마음에 걸리고 제일 마음에 걸리는 건 엄마의 얇은 허벅지만큼 약해진 엄마가 걱정됐었다. 하루는 우리 집에 온 엄마를 위해 택시를 불렀는데 택시기사는 엄마를 찾을 수 없다고 전화가 왔고 난 엄마의 옷차림을 설명해 주었다. ‘진보라색 옷을 입고 계실거예요. 안 계시나요?’ ‘아! 저 어르신이군요!’ 엄마는 그렇게 ‘어르신’이었다. 나에게는 그 예쁘고 밝기만 한 바알간 예쁜 입술을 가진 엄마인데... 남들에겐 어르신이라니... 너무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나니 엄마의 얇아진 허벅지가 더 마음에 쓰였고 난 방학을 하고 엄마의 일을 조금이라도 돕고 싶었다. 그렇게 조카를 유치원에서 데리고 와 동생이 올 때까지 몇 시간 베이비시터를 하게 되었다. 유치원 문 앞에서 조카를 맞으니 조카의 얼굴이 환해진다. ‘우리 이모예요’ 저희 선생님한테 나를 자랑한다. 화장이라도 하고 올 껄... 잠시 생각하다가 이제 갓 여섯 살이 된 만 네 살의 작은 손을 잡았다. ‘아까 이모가 보고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모가 오다니...’ 귀여운 입으로 정말인지 모를 이야기를 하고는 ‘오늘은 장갑을 안 갖고 갔는데 눈이 왔어~ 근데 우리 선샌니미 나한테만 장갑을 준 거야~’ 조잘조잘 이야기도 잘 한다. 언제 이렇게 컸지? 우리 체리반 선샌니미~ 계속되는 이야기에 정신이 없다. 그러다가 ‘이모! 발을 이렇게 똑바로 걸어야지’ 한다. ‘응? 이모 똑바로 걷는 거 같은데 아니야?’ 그러고 보니 내 발은 팔자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엄마와 걷던 길이 생각났다. 

‘엄마! 왜 엄마는 팔자로 걸어? 일자로 예쁘게 걸어봐~’. ‘그래 우리 성희는 이쁘게 일자로 잘 걷네~ 커서도 우리 성희는 이쁘게 걸을 거야’ 했던 엄마가 생각났다.

나도 어느샌가 그때의 엄마 나이가 되었고 그 세월 안에 골반이 비뚤어져서 ‘뚝 뚝’ 걸을 때마다 고생을 하고 아킬레스 건이 끊어져 수술을 하고... 시간 속에 나의 걸음 걸이는 엄마를 닯아있었다.     


‘소희야~ 이모가 일자로 예쁘게 걸어볼께!’

‘이모~! 이모는 그냥 그렇게 걸어도 예~뻐!’     


엄마한테도 내가 이야기 해 줄께요. 엄마는 지금도 진~짜 예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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