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놀이: 여긴 어디지?- 단편 소설

초단편 소설

by Onlyness 깬 내면

'여긴 어디지?......'


그날의 기억은 아주 오랫동안 잠이 들었다 깨어난 공주 같았다. 그리고 한동안 아무런 기억도 생각도 나지 않았다. 무언가라도 느껴지거나 생각이라도 나길 바랬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도 떠오르지도 않았다.


눈에 보이는 것도 없었고, 귀로 들리는 것도 없었고, 냄새도, 맛도 심지어 아무런 촉감도 느낄 수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떠오르는 생각도 없어, 심심한 나머지 상상이라도 해보기로 했다. 끝없는 꽃동산을 내달려 보기도 하고, 언덕 위에서 끝을 알 수 없는 곳을 응시하기도 했다. 외계인을 만나 별나라에 갔다 오는 상상도 해 보았다.


그러다 과거의 기억이 점차 나기 시작했다. 코 흘리게 시절과 학교 다니던 시절 친구들과 놀던 기억들이다. 내친김에 계속해서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기억할 수 있는 한 가장 오래된 기억부터 최근 기억까지 무작위로 떠올리기도 하고, 꼬리에 꼬리를 물어 상상하기도 했다.


태어나서 처음 기억이었을 것 같은 거울 속 세상과, 동화 속 그림의 동물과 대화를 해보는 상상도 했다. 상상과 생각을 얼마나 했을까... 같은 상상을 하기도 하고, 상상에 상상을 덧붙여 보기도 하고, 떠오르는 생각에 상상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제까지 이런 생각과 상상을 해야 되지?' 그리고는 처음 말이 생각났다. 그 생각을 다시 곱씹었다.


'여긴 어디지?......'


그리고 한 가지 더...

'내가 왜 이러고 있는 거지?...'


그러더니 생각도 상상도 일시적인지 오랫동안인지 멈추어 버렸다. 그리고 여전히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눈앞은 캄캄했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아니, 몸 자체가 느껴지지가 않았다. 그냥 단순하게 예전에 몸이라는 게 있었고, 몸에는 오감이라는 게 있었다는 기억이 떠올랐을 뿐이다.


그리고 또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최근일 것 같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 기억 속에는 차를 운전을 하며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옆에서는 미소와 웃음을 잔뜩 머금은 여자가 나를 바라보며 무언가 계속 말하고 있었다. 그녀의 말소리는 TV 볼륨을 '0'으로 해 놓은 것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내 모습은 꽤나 좋아 보였다. 아니 행복해 보였다. 그녀의 봄 햇살 같은 미소를 한껏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근데 그녀는 누구일까...'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아는 사람일까... 혹시 내가 결혼이라도 한건 아닐까... 아니면 여자 친구나 결혼이라도 하기로 한 애인이었을까... 문득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뭔가 부족하다. 기억을 더 떠올려 보려고 애를 썼지만 답답함이 가로막았다. 그녀와의 이전 기억도 이후 기억도 연결이 되지 않았다. 꼭 무슨 보다만 드라마 갔다.


그 이후로 그 장면에 집착하리만치 자주 떠올렸다. 여전히 짧은 기억은 답답했고, 가슴을 망치로 두들겨 패서라도 깨트려 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답답한 마음에 털어 버리려 우주를 상상했다. 그리고 블랙홀 속으로 냅다 집어던져 버렸다. 그리고 다른 우주 공간에는 다양한 별을 만들어 뿌려 대기 시작했다. 지구 같은 별도 만들고, 지구 같지 않은 별도 만들었다. 외계인일 것 같은 괴상한 것과, 귀신같은 동물도 상상으로 그려 만들어 살게 했다.


그러다 뜬금없이 그녀가 중간에 다시 나타났다. 뭐가 아쉬운지 블랙홀에서 빠져나와 나를 잊지 말아 달라는 것처럼 내 의식을 점령했다. 그러나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인양 답답하게 연결되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망치를 상상으로 만들어 떠오르는 기억들을 깨 부셨다. 그때였다.


맞은편 중앙선 너머에서 큰 덤프트럭 한 대가 돌진해 왔다. 아주 짧은 시간의 일이었다. 하지만 슬로비디오처럼 장면 하나하나가 돋보기로 보듯이 스쳐갔다. 기억 속 트럭 운전사는 눈을 감고 있었다. 입은 '헤-' 벌린체 머리를 앞으로 떨궜다. 순간 나는 돌진해 오는 트럭을 피해 갓길로 운전대를 돌렸다.


-'쾅'


하지만 차 트렁크인지 꼬리인지 부딪혀 갓길 낭떠러지로 붕 날아갔다. 파란 하늘이 잠깐 보이더니 이내 나무와 바위가 눈앞을 때렸다.


-'삐요 삐요 삐요'

아련히 들려오는 소리와 함께... TV가 지지직'하며 꺼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또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여보세요? 정신 드세요? 정신 차려 보세요..."


'여긴 어디지...'

잠깐 눈구녕에 작은 빛이 들어왔다. 이내 꺼졌다.


그리고 또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여긴 어디지...'


어디선가 소독약 냄새가 났다. 코의 감각이라도 돌아온 걸까... 아니면 이것도 생각이나, 상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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