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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lyness 깬 내면 Oct 26. 2021

생각 놀이터1 - 비 오는 날

단편 소설

밖에 비가 와서 그런지, 그녀의 마음 놀이터에는 잡다한 생각들이 놀러 왔다.


"이봐, 밖에 비가 오는데 생각나는 거 없어?"

"물론, 있지! 빈대떡에 막걸리"

"아 좋다. 근데 언제 먹을 생각이야?"

"귀찮아... 모르겠어."


머릿속에서 먹보 생각이 와, 잡생각과 그리고, 투덜이 생각이 가 자기 생각들을 늘여 놓았다.

그러자 응큼이와 걱정이가 껴들며 말했다.


"이봐 남자 친구라도 불러서 같이 먹자고 해봐"

"괜찮은 생각인데, 하지만 놈이 워낙 까칠해서" 

"괜찮아, 그래도 한번 물어봐."

"요즘 밀당 중인데... 그래도 될까?"

"비 온다는 핑계로 한번 해보는 거지."

"비가 오니까 싫다고 할 거야. 질척 거린다고"

"나는 비가 좋은데, 그놈은 영 특이한 놈이라..."

"일단 한번 해보자고"

"그래. 알았다."

도전이가 생각을 던지며 나섰다.


잡다한 생각에 못 이겨, 그녀는 애인 같지 않지만, 남 주기 아까운 남자 친구에게 문자를 던졌다.


"우리 집에 올래? 빈대떡 할 건데..."

"......"

"문자 받았냐? 받았으면 뭔 말이라도 해봐?"

"글쎄, 지금 tv 보고 있는 중인데... 귀찮기도 하고..." 놈이 대답했다.


"같이 비디오 보면 되지. 지금 튕기는 거야?"

"비도 많이 오고, 좀 멀기도 하고..."

"어쭈구리, 튕기지 말고 언능 오셔. 오고 싶다는 거 다 알아."

"그렇긴 하지... 어떻게 알았지? ㅎㅎ 내 머릿속에 cctv라도 설치해 놨냐?"

"본능적인 네 단순한 생각이 어디 가냐..."

"... 촉 하나는 끝내주는군."

"그럼 잘 생각해봐? 내가 아무 때나 빈대떡이나 쉽게 붙여줄 여자인지..." 

"하기야, 그렇기도..."

"네 깊은 마음에게도 물어봐? 먹으러 올 건지... 집구석에 있을 건지..."

"응, 그래..."

"재료 준비해야 하니까 빨랑 알려줘."

"알았어. 잠시 후 알려줄게"

"1분 30초 주겠어. 2분 후엔 꺼버리겠어. 그리고 다시는 빈대떡은 꿈도 꾸지 마."


<1분 후>

놈은 지루하던 차에 먼저 전화를 할까 했지만, 명목이 없어 망설이던 중에 문자를 받았다. 잘 됐다 싶어 바로 답장했다.


"내 생각이 배도 고프고, 심심하다고 놀러 가자고 날리네. 이런 날에는 빈대떡이 딱이긴 하지..."

"그래, 그럼 준비하고 있을게 언능와"

"응 그래. 비가 너무 와서 조금 늦을지도 몰라."

"올 때 막걸리하고 먹고 싶은 술도 사와"

"응!"


'아후~ 짜식, 올 거면서...'


 * * *


"좀 늦었지?, 길이 막혀서..."

"딱, 맞춰 왔네. 준비는 다 됐음. 헤헤"

"따란~ 막걸리, 동동주, 소주, 맥주, 빨간 와인... 골구로 사 왔음."

"빈대떡에는 막걸리지. 비 오니까, 동동주부터 따 봐... 호호호"

"그래, 알았다. 샴페인처럼 사이다 좀 섞을까?"

"미쳤군. 외계인 칵테일이냐?"

"빈대떡 냄새가 벌써 코를 찔러 죽이는군."

"자 그럼 먼저 목을 축여 볼까?"

"좋지~'

"지화자~", "얼씨구!"

-짠.짠. 짠-

...

..


한잔 술, 두 잔술, 한병, 두병... 메마른 목과 마음은 비와 함께 촉촉해지고... 

그와 그녀가 한 생각은 일치했는지, 빗소리와 함께 한 몸이 되고, 잡생각들은 부끄러운 듯 멀리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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