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디, 니 이름이 뭐시냐? 허여멀건헌 것이 우리랑은 쪼깨 다르게 생겼는디, 이름이나 알고 있어야제. 안 그냐?”
바가지 모양의 머리를 하고 있는 아이가 쑥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재이라고 해. 만나서 반갑다.”
재이는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손을 맞잡은 바가지 머리가 말했다.
바가지 머리는 얼굴이 동글하고 서글서글한 눈매에 볼에 보조개가 패어 귀여웠다.
“나는 동하여. 박동하. 그라고, 옆에 야는 정민이고, 쩌그 빠박이 머리는 명수.”
동하는 손짓으로 아이들을 가리키며 한 사람씩 소개했다.
정민이는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고, 명수는 체격이 크고 키도 컸다.
아이들은 햇빛에 검게 그을려 있었어도 건강하고 활기차 보였다.
병에 가득 가재를 잡은 빠박이 명수가 재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고 봉께 우리 다 갑장이네. 근디, 야는 보믄 볼수록 아가 귄있다. 안 그냐?”
“긍게 말이여, 그라네.”
“귄있다, 가 무슨 말이야?”
재이가 물었다.
아이들이 킥킥대며 웃었다.
“귀엽고 정이 간다는 말이여.”
동하가 말했다.
재이는 아이들과 금방 친해졌다.
한낮이 되자 달구어진 해가 머리 위에서 내리쬐고 있는 것처럼 뜨거웠다.
그늘이 없는 계곡이어서 아이들은 땀을 흘렸다.
“아따, 뭔 날씨가 요로코롬 덥다냐? 야, 우리 멱감을래?”
동하가 제안하자, 다들 기다렸다는 듯이 옷을 훌렁훌렁 개울가에 벗어 두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재이는 들어가지 않았다.
아이들은 재이에게 물을 뿌리며 장난을 쳤다.
재이는 손을 휘저으며 웃었다.
“아따, 니도 들어와라. 멱감으믄 시원하당께야.”
동하가 재이를 물속에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재이가 들어가지 않자 명수가 재이를 잡아끌어 물속에 머리를 집어넣었다.
재이는 갑자기 물을 먹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물속에서 어푸거리다가 겨우 나온 재이의 모습을 본 아이들이 깔깔대며 재이에게 물을 튀겼다.
재이도 아이들에게 물장구를 치며 맞받아쳤다.
어느덧 해가 기울고 있었다.
햇볕이 쨍하던 하늘에 저녁노을이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멀리 보이는 산 너머로 해가 넘어가면 금방 어두워질 것 같았다.
재이는 갑자기 불안해졌다. 집으로 가야 할 것 같았다.
“나, 집에 갈래. 안녕.”
“그려, 잘 가라 재이야.”
아이들은 냇가에서 나와 파래진 입술로 손을 흔들었다.
재이는 아이들과 헤어져 급히 숲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간이 너무 많이 흐른 것 같았다.
재이는 처음에 왔던 길의 기억을 더듬어 숲을 거슬러 갔다. 자꾸 졸음이 쏟아졌다. 그냥 이대로 바닥에 쓰러져 잠이 들고 싶었다. 재이는 잠들면 안 된다는 생각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눈을 부릅떴다. 그래도 잠이 쏟아졌다. 갑자기 머리가 핑 돌며 어지러웠다. 재이는 그대로 바닥으로 꼬꾸라졌다.
눈을 떠보니 재이는 방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희한한 일이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숲에 갔던 일은 미스터리였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재이는 자신도 모르는 알 수 없는 과거의 시간 속에서 있었던 일들이 믿기지 않고 신기하기만 했다. 조금 전까지 숲에서 아이들과 보냈던 일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아이들과 같이 가재를 잡던 일, 햇살이 일렁이는 계곡의 맑은 물, 돌멩이들의 반짝임, 유쾌했던 친구들의 웃음소리. 발갛게 물들어 있던 저녁노을.
재이는 조금 전 시간의 숲에서 있었던 일들을 엄마에게 얘기할까 망설였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엄마가 믿지 않을 것 같았다. 엄마는 보나 마나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느냐고 통박을 줄 게 뻔했다.
- <다음 화에 계속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