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학생들과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제목은 '사람과 고기'라는 영화입니다.
사람과 고기라는 제목이 좀 낯설고 기이한 느낌을 주긴 하지만, 실제로 보면 가난하고 소외된 세 명의 노인이야기입니다.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된 노인들은 함께 고기를 '공짜로' 먹으러 다니면서 삶의 활력을 되찾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여기서부터는 문맥상 스포가 있음을 밝힙니다.
폐지를 줍던 노인(형준)은 영역 다툼으로 우식과 몸싸움을 벌이게 됩니다. 이때 채소를 팔던 노인(화진)이 이들의 싸움을 말리게 되고, 이 세 사람은 차 한 잔과 고깃국을 계기로 서로 비슷한 처지임을 알게 됩니다.
혼자서는 엄두도 못 냈던 쇠고기 뭇국을 먹은 세 노인은 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에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우리, 고기 한 번 먹을까?"
노인 우식의 제안에 솔깃해하던 두 노인은 함께 고깃집에 가게 됩니다. 두 노인은 우식이 고깃값을 계산할 줄 믿고 맛있게 먹고 났는데 돌연 우식이 돈 없다고 합니다. 우식은 먹튀 작전을 짜고 화진이 화장실 가는 척하고 빠져나가고, 형준은 담배 피우러 가는 척하고 빠져나갑니다. 그 사이 우식은 '여기 고기 일인분씩 더 주세요.'라고 말합니다. 종업원이 고기를 가지러 간 사이 빠른 걸음으로 식당을 빠져나온 세 노인은 쏜살같이 달려 그곳을 달아납니다. 세 노인은 불안하고 당혹스러웠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점점 과감하게 고깃집을 전전하며 먹튀를 반복합니다. 이러면 안 되지, 하면서도 셋이 함께 고기를 먹는 순간, 그들은 잊었던 웃음을 되찾고 살아있음을 느끼는 생동감을 만끽합니다.
세상에서 소외되어 죽을 날만 기다리던 세 노인들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함께 한다는 연대의식이 사람 사는 맛을 느끼게 합니다.
먹튀를 하던 노인들은 이제는 양심의 거리낌 없이 연기도 척척 해냅니다. 심지어 당당히 그들만의 원칙을 정합니다. 고기는 각 1인분씩만, 소주는 딱 한 병만, 장사가 아주 잘 되는 집만 들어간다, 는 나름의 규칙을 지키기로 합니다.
그러나 고깃집 먹튀를 반복하던 노인 3인방은 결국 덜미를 잡히게 되고 현행범으로 구속됩니다.
이 영화를 제작한 양종현 감독은 코믹하면서도 슬픈 세 노년의 현실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냅니다. '고기'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와 외로운 노인들의 연대와 존엄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코미디나 노인 빈곤 문제를 다룬 사회 고발 영화를 넘어서,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와 삶의 존엄성, 그리고 외로운 노년의 연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노인들이 먹튀를 하는 행위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섭니다.
노인들의 먹튀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고기를 먹으면서 살아있다는 희열과 짜릿한 일탈의 쾌감마저 느끼게 됩니다. 그들이 경제적 빈곤으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욕구마저 억누르고 살아왔음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감독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최소한의 기쁨을 갈망하는 노인들의 모습을 코믹하고 따뜻하게 그려냅니다.
감독은 "이 영화의 진짜 주제는 고기가 아니라 만남"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폐지 줍는 영역 다툼으로 시작한 세 노인의 만남은, 함께 고기를 먹고 '먹튀'라는 작은 모험을 함께 하면서 '함께 산다는 것'의 따뜻한 온기를 되찾게 합니다.
자식들과 연락이 끊기거나, 혼자 외롭게 생계를 이어가던 이들은 고기를 매개로 '친구'가 됩니다. 이 연대를 통해 세상과 단절되었던 외로움을 극복하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남은 삶을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누구나 노인이 되지만, 현재 우리 사회의 노인들은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노인들에게 아무도 관심이 없는 현실을 보여주면서, 이 문제가 '우리 모두의 미래'임을 성찰하게 합니다.
감독은 세 노인의 유쾌하면서도 슬픈 고기 '먹튀' 일탈을 통해서 결국 인간은 빵만으로 살 수 없으며, 서로를 존중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따뜻한 관계 속에서 비로소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평론가들은 세 노인이 무전취식을 통해 잠시나마 '소비의 주체'가 되는 순간을 만든다고 해석합니다.
이처럼 '사람과 고기'라는 제목은 표면적으로는 고기를 먹는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그 속에는 인간의 욕망, 존엄, 그리고 사회에서 소외된 노년의 현실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함축하고 있는 것입니다.
영화를 보고 난 다음 날, 어제 본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영화 너무 재밌었어요. 지금까지 학교에서 본 영화 중에 최고였어요."
"근디, 꼭 그렇게 고기를 먹고 도망가야 써요? 돈 없으믄 먹질 말어야지. 나이 들어서 그거이 뭔 짓인지 모르겄어요."
"맞어요. 그렁게 우리꺼지도 욕을 먹는당게요. 돈없으믄 말제, 뭐드로. 추접스럽게 말이여."
"집을 아들 앞으로 해주고 나서 거지처럼 살든디, 그거부터가 잘못됐슈. 애시당초 아들 앞으로 해주면 안되유. 거봐요. 아들 찾아 오지도 않는 거. 절대로 자식들 앞으로 다 내주믄 쪽박차기 십상이유."
"늙어가믄서 돈없으믄 안 된다 아입니꺼. 늙는 것도 서러운데예, 돈까지 없으모 얼매나 고달프고 서럽겄습니꺼."
"우리는 그래도 행복한거쥬. 늙으막에 그래도 휴지 주스러 댕기지도 않고 공부헐 수 있으니 말여유. 선생님도 고맙구유. 안그래유?"
다들 그 말에 하하하 호호호 행복한 웃음을 나누며 수업이 끝났습니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