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한때는 너처럼 아기였었어

네가 태어나던 날

by 마도


유솔아!

네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할머니는 사방에서 폭죽이 쏟아져 내리는 것 같았단다.

너를 보러 병원에 가야 하는데, 가슴이 벅차올라서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그냥 걸었어.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우리 손자가 태어났어요. 나, 할머니 됐어요,라고 말하고 싶었지. 그 순간 생각나는 이름. 내 아들, 바로 네 아빠란다. 나에게는 아직도 한없이 어리게만 보이던 아들이 아기를 낳다니.

“아이고, 아기가 아기를 낳았네.”

할머니의 엄마가 네 아빠를 낳은 할머니를 보고 그런 말을 했었지.

너에게는 아빠가 어른이지만, 할머니에게는 아직도 아기로 보인단다. 왜냐하면 네 아빠도 한때는 너처럼 아기였기 때문이지. 네가 태어나서 기쁜 마음과, 네 아빠인 내 아들이 겪게 될 감정들이 뒤섞여서 한동안 들뜬 마음이었어. 이제 아빠는 너를 키우고,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고, 상사에게 듣기 싫은 말을 들어서 회사에 다니기 싫어도 참고 다녀야 하거든. 그러니 아빠가 회사에서 힘들게 일하고 오는 것도 다 너를 위한 거라는 걸 알아야 해.


할머니가 아빠를 낳던 날은 중복 날이었어. 날씨는 찌는 듯 더웠고 후덥지근했지. 할머니는 배가 남산만 한 채로 입원을 해야 했어. 낮부터 배가 아파오더니 밤이 되자 더 심해졌지. 그날 밤, 너무 아파서 뜬눈으로 보냈고 다음날 아침이 되었어. 아침 9시를 넘기면서,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괴로움에 온몸을 떨며 소리를 질렀단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나를 급히 분만실로 옮겨갔지. 할머니 몸은 알 수 없는 구덩이에서 허우적거리 듯 땀을 흘렸어. 이대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거야. 그 순간, 어렴풋이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게 바로 네 아빠의 울음소리였어. 아기였던 네 아빠의 손목과 발목에 내 이름이 적혀 있는 띠를 보여주며, 확인하라는 간호사의 말소리가 들렸어. 할머니는 그걸 확인하고서는 곧바로 기절했었어.

신생아실에서 네 아빠를 처음 봤을 때, 눈을 꼭 감은 채 그 작은 주먹을 통째로 입에 집어넣고 있었지. 한참을 기다리니 아이가 눈을 살며시 떴어. 너무나 귀엽고 신비로운 모습의 아기, 바로 너의 아빠였단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파르르 전율이 일만큼 경이로워. 세상에 이렇게 귀하고 예쁜 선물이 어떻게 우리에게 왔나, 신기하고 대견해서 아기를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단다. 그랬던 아기가 이제는 아들을 낳았다. 바로 너 말이야. 아빠도 이제 너를 키우며 기뻐할 순간들, 네가 아파서 가슴 졸이는 순간들을 경험하며 차츰 나이 들어가겠구나. 그런 생각들을 하며 네가 있는 병원에 도착했어.


병원에서 본 네 엄마의 모습은 약간 부은 듯했으나 밝고 건강해 보였어. 엄마도 너를 낳느라 아프고 괴로운 순간을 겪어왔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고맙고, 안쓰럽고, 귀하고, 여러 감정이 스쳐 지나갔단다. 할머니는 고생했다며 네 엄마의 손을 잡아주었단다.

신생아실에서 유리벽 너머로 너를 처음 보았을 때, 네 아빠를 봤을 때의 느낌과 똑같았어. 너는 눈을 감고 자고 있었지. 이 꼬물꼬물 조그마한 아이가 선물처럼 우리에게 왔구나, 이 아이를 누구보다 밝고 건강하게 잘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한때 아기였을 너의 엄마도 이제는 너를 키우느라 노심초사하겠구나. 네 엄마라면 누구보다 지혜롭게 너를 잘 키울 것만 같아 든든하고 믿음직스러워.

유솔아! 그렇게 아이가 엄마가 되고, 또 아빠가 되고, 아이였던 네가 점점 자라겠지? 엄마 아빠는 항상 너를 위해 애쓸 거고, 항상 너의 편에 서서 네가 자랄 때까지 너를 지켜줄 거야. 너도 항상 엄마 아빠를 고마워해야 해. 나의 사랑스러운 유솔아. 지금처럼 그렇게 밝고 건강하게 쑥쑥 자라길 바란다.

--오늘도 꿀뀰이 할머니가--


*다음 4화에는 '네가 처음 한글을 읽던 날'이 연재됩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