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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일상.

이제 일상.     



여행은 끝났다. 여행이란 것이 언젠가는 끝이 있지만 항상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기대감을 품은 채 떠난다. 우리네 인생처럼 말이다. 

그리고 지금 떠났던 곳으로 다시 돌아와 앉았다.

노트에 적힌 많은 메모들이 서로 연결되어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사이 며칠 지나지 않은 일정은 이미 추억이 되고 그리움이 되고, 새로운 계획이 되고 있다.

배낭 속 물건들은 제 자리를 찾아가고, 이제 나만 자리를 잡으면 되는데 비는 왜 이렇게 내리는지, 작은 물방울은 처마로 모여 끊임없이 토독 토독 토도독 불규칙한 리듬으로 창틀과 처마와 내 가슴을 때린다. 가는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 가슴도 뚜를 기세다.

일주일 동안 미뤄 둔 일정을 점검하다, 먼저 커피를 한잔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동산에 들러 부탁한 매물을 확인하는 일이나 혈압 약을 타러 병원 가는 일을 이렇게 감성을 적시는 비 오는 날 아침부터 잡을 수는 없다. 그러기엔 여행의 후유증이 아직 아물지 않았다.

내일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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