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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을 기르기 시작했다.

손톱을 기르기 시작했다.   


       

오른손 손톱은 길게 왼쪽은 짧게.

프로처럼 부드러운 사포를 셔츠 포켓에 넣어 다니며 시도 때도 없이 손톱관리를 하지는 않을 테지만, 프렛 보드에 손톱이 닿아 코드를 잡을 수 없으면 곤란하니 최소한 이전보다는 자주 정리를 해야 한다.     


프로가 되겠다는 건 아니다. 생초보가 보기에 프로처럼 보일 정도는 하고 싶다.

망가진 기타를 살리면서 미안했다. 방치한지 2년이 넘었지만 그래도 나를 잊지 않았겠지. 이제 와 상처를 보며 안타까워하는 척을 하자니 스스로 명분도 없고, 부끄럼만 남았다.

오늘 열흘 만에 수리가 끝난 기타를 찾아왔다. 귀한 친구를 다시 만난 듯 반가움에 함박웃음을 드러내 본다.     


피아노를 배운다고 야마하 전자 키보드를 사고부터 기타는 장식이 되었다. 현이 연결되는 몸통 쪽 브릿지가 떨어져 나간 걸 보고도 그대로 구석에 방치했다.

생각할수록 나쁜 사람이다. 우리가 함께 한 게 얼만데. 고급 기타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래서는 안 되는 사이가 아니었던가. 죄책감마저 든다.      


기타를 치려면 손톱을 길러야 하고(내가 가진 기타는 클레식 기타이다), 피아노를 치려면 짧게 잘라야 한다. 대충 하려면 대충 자르고 하면 된다. 하지만 아마추어일수록 역시 장비 빨이 중요하다.     


키보드한테는 미안하지만 이제 손톱을 길러야겠다.         


           


* 아래 링크는 신간 『우리가 중년을 오해했다』 홍보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https://blog.naver.com/damdanuri/223074349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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