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미뤄 두었던 일이 있다
- 2년간 미뤄 두었던 계획을 실행한다.
공부를 해야 하는데 그럴 때면 평소에 하지 않던 책상 정리를 하고 주변을 치우고 야단이다. 그러고 나면 정작 공부는 시작 지도 못하고 대단한 뭔가를 한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안심하곤 한다.
2년간 미뤘다고 했지만 사실은 책상 정리 같은 걸 했던 시간이었다. 내 계획이 진짜인지 확인하고 아직 유효한지, 아직 간절한지 점검하는 시간이었다.
- 배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로 나간다.
뭔가를 정리하거나 혹은 새로 시작하거나 할 때면 의식처럼 바다가 생각난다. 해파랑길을 걸을까 하다가 배를 택했다.
부산에서 뉴카멜리아호 페리를 탄다. 대마도를 지나 규슈의 하카타항으로 밤새 부지런히 나아간다.
바다는 잠잠할 것이다. 별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
- 출간 기획서를 써야겠다.
아무 생각 없이 떠날 때가 많지만 그럴 때일수록 여행의 목적을 애써 지어낸다. 누군가에게 허락을 받을 일은 아니다. 스스로 합당한 이유를 만드는 것이 오히려 여행을 더 자유롭게 할 때가 많아서다.
길게는 10년(짧게는 예측할 수 없다) 낯선 도시에서 일상의 여행을 이어가려 한다.
어떻게 살 것인지, 어떻게 여행할 것인지에 관한 기록을 남겨야겠다. 방향을 생각하고 여행의 태도를 확정짓기 위해서다. 내면의 진짜 욕망이 무엇인지 기획서를 통해 드러나면 좋겠다.
- 언젠가는.... 이라는 말은 말기를.
하지 않았던 선택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허망한 상상을 접고, 언젠가는 이라는 헛된 기대를 접고.
지금. 해 보는 거다.
그래봐야 아직 60도 되지 않았고, 아직은 다리가 아파 오래 걷지 못할 상태도 아니고. 돋보기만 있으면 그럭저럭 두어 시간 정도는 책을 읽을 수 있을 이 아름다운 청춘의 시절에.
지금. 해 보는 거다.
- 여행 내내 설레지는 않겠지만.
인생이 그렇지. 곰돌이 푸의 말처럼 매일 행복할 순 없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있지 않겠어.
소소한, 일상의 여정이 내게 의미가 되고 기쁨이 되기를.
나와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의미를 선사하고 기쁨을 나눌 수 있기를.
그런 여행의 꿈을 잊지 않기를.
나는 지금. 일상으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낯선_거리_내게_말을_건다
#다섯_시의_남자
#우리가_증년을_오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