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파는 서점
책을 살 때는 인터넷 서점을 주로 이용하는 편이다. 하지만 직접 서점에 들를 때는 중고서점을 즐겨 찾는다. 지나간 시절의 책에서는 그 시절의 냄새가 난다. 표지 디자인이나 책 사이즈나 편집이나 지금과는 다른, 투박하지만 그 속에는 강직한 결단의 글들이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중고서점을 가는 이유는 값싸고 좋은 책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이 크다.
순서 없이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몇 권 집어 든다. 누군가가 먼저 읽었던 책을 읽다 그 사람이 그어놓은 밑줄을 본다거나 작은 메모를 발견하는 일은 소소한 기쁨이다.
같은 책을 통해 그가 남긴 여운을 공유하고 거기에 더해 나의 메시지를 보탠다는 건 또 다른 즐거움이다.
언제부턴가 책을 읽을 때는 펜을 준비한다. 밑줄도 긋고, 메모도 하고, 귀접기도 한다. 그 순간만큼은 발견한 글들을 그냥 버려둘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건 새로운 발견이나 감동에 대한 일종의 배신행위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많이 흘러 내가 읽었던 책 속에서 밑줄이나 메모를 찾아 다시 음미해 보는 일은 설렘이다. 그 시절의 나를 만나면 흐뭇해진다. 하지만 그때의 느낌, 결심, 감동에 비해 지금 내 삶은 얼마나 희석되어 있나 돌아본다는 것 역시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이런저런 서점을 기웃거리다 결국 동네서점을 하나 열어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더 많이 나이 들기 전에 그러고 싶다.
‘새 책도 팔고, 내가 좋아하는 여행 책도 팔고, 소품들도 팔고, 그리고 중고서적과 함께 추억도 팔고......’
그 일로 인해 돈은 쌓이지 않을지 몰라도, 손님들 가슴에 저마다의 그리움은 쌓여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그걸로 행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