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을 넘을 용기

by 다섯시의남자

담을 넘을 용기



영화 <쇼생크 탈출>에 늙은 죄수 ‘브룩스’가 나온다.

그는 교도소 도서관에서 일을 했다. 수레에 책을 가득 실어 감방을 돌며 빌려주고 반납 받는 게 일이다. 50년간 이곳 감옥에서 지냈다.

어느 날 가석방으로 자유를 얻어 밖으로 나오지만, 천장 대들보에 ‘브룩스 여기 있었다’고 새기고 목을 매어 자살한다.


왜 자살을 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동료에게 ‘레드’는 이런 말을 했다.

“너희가 볼 때는 저 담이 장애물로 보이지?”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저걸 의지하게 돼.”


다 아는 영화를 두고 새삼 이 장면에서 생각이 많아진다.

처음엔 벗어나려고 노력했겠지만 결국 의지하고 있는 내 한계는 무엇일까. 교도소 밖에서 자유를 누릴 수 없는 것이 브룩스만의 문제는 아니다. 나는 담장 밖에 있는지, 아니면 안에 있는지조차 헷갈린다. 자유를 얻었지만 여전히 구속된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돈도 더 벌어야겠고, 건강도 챙기고, 그렇게 부자로 오래 살고도 싶다. 하지만 그 이후에 결국 이루려는 것이 무엇인지 잊고 지내고 있다. 겨우 먹고살기 위한 것이라면 담장 안이 더 안전하게 보장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내게서 담장은 무엇일까?

나를 억압하면서도 그만치의 보상을 약속하는 것. 그 알량한 보상에 익숙해져, 그것마저 잃어버릴까 전전긍긍하며 벗어나기가 두려워져 버린 것.

어릴 적 네발자전거에서 보조 바퀴를 떼어 낼 때가 생각난다. 그것이 주는 안정감을 포기하기란 여간 힘든 결정이 아니었다. 그리고 찾아온 자유, 처음에는 두렵기만 했었다.

그 시절 보조바퀴를 떼는 거 같은 용기를 지금 내야 한다.

아직 남은 인생은 길고, 담장 안에서 여태 기대오던 것들을 의지한 채 그냥 살아가기에는 우리 삶이 너무 소중하다.


더 힘든 현실이 기다릴 수도 있다. 브룩스처럼 견디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가방을 꾸리고 새로운 여행을 시작할 때 결국 검증될 것이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모험은 남은 인생을 결과와 상관없이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라 믿는다.


돈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가치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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