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둥거리며 책 읽기
빈둥거리는 것만큼 재밌는 일은 잘 없다.
신나는 일이란 건 대부분 순식간에 지나가 버려 찬찬히 음미하기 어려울뿐더러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지도 않는다.
하지만 빈둥거리는 건 시간이 느리게 흐를 뿐 아니라 내게는 일상이기에 그 순간을 곱씹으며 즐기기에 딱 좋다.
빈둥거릴 때는 책 읽기가 제일 낫다. 처음엔 다소 지겹게 느껴지더라도 익숙해지면 이만한 게 없다.
침대 끝에 얼굴을 내밀고 매트리스와 프레임 사이에 책을 끼워 읽고 있으면 한참을 읽어도 불편하지가 않다. 간혹 잠이 들어버리기는 하지만 말이다.
소파에 기대거나 식탁의자에서 바르게 앉아 읽는 것도 좋다. 예컨대 자세를 바꿔가며 빈둥빈둥 책을 읽는 행위는 심심한 인생에 더할 수 없는 위로가 된다.
가끔 카페를 간다. 스타벅스는 아침 7시에 가도 앉아 있는 친구가 있다.(우리 동네는 7시 오픈이다) 8시가 지나면 주차장은 이미 만석이 된다. 그 틈에 끼여 책을 펴고 있노라면 글은 다른 의미로 질문을 던진다. 주변에 따라 해설이 달라지는 것이다.
빈둥거리기 위해(책을 읽기 위해) 카페를 가듯, 그러려고 여행을 하기도 한다. 기차나 배를 타기도 하고, 공항 대합실이나 동네 놀이터에 앉아 있기도 한다.
온전히 책을 읽기 위해서는 아니겠지만 희한하게 그런 곳에서는 유독 책이 재미있다.
비슷한 장소 중에서도 착 붙는 자리가 있다. 거기서는 책만 읽는 게 아니라 글을 쓰기도 한다. ‘이래서 작가들이 여행을 떠나는구나’ 생각된다. 나도 인세가 어느 정도만 들어오면(커피값 정도만이라도) 그들처럼 그러고 싶다. ‘글만 쓰지 않는다면 작가만큼 좋은 직업이 없다’고 하더니 정말 한량이다.
‘빡독’(빡시게 독서하기)을 한답시고 여러 권의 책을 일처럼 읽어 보기도 했지만 역시 책은 빈둥거리며 읽는 것이 재밌다.
물론 TV 리모컨을 쥐고 있거나 목적 없이 유튜브에 빠져 있을 수도 있다. 뭐가 더 유익할지는 알 수 없다. 사람마다 알아서 선택하겠지. 스스로 선택해서 하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 읽고 있는 책 <여행할 권리 - 김문수>에 이런 글이 있다.
“우리에겐 오직 질문하고 여행할 권리만이...”
멋진 표현이다.
여행하고 질문하고 빈둥거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