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음...... 아직은 손주 볼 나이가 아닌데요.
트친소 : 트위터 친구를 소개합니다. (주로 입덕하게 된 계기를 포함하여 본인 소개하기)
트친소를 하다 보면 나이를 말하는 경우가 있다. 대략이라도 20대 초반이라던데 10대 후반이라던가
진짜 몇 년생인지를 밝히기도 하는 등
그러나 차마 나는 트친소에 말할 수가 없었다.
40대 중반인 나이를 말하자니 신나게 배워나가던 트위터에서 과속방지턱을 앞둔 초보처럼 급제동이 걸린 것이다. 그래 거기까지는 말 안 하고 넘어가면 되는 부분이지만 팬들 사이에서 '할미'라고 부르는 부분은 정말 너무 나를 움츠러들게 했다.
'할미라니...
20대 후반이 할미?
30대가 할미?
할머니는 적어도 60대가 넘어야 할머니 아닌가?'
덕질하는 대상이 자신보다 나이가 어릴 때 "나보다 어린 언니"," 나보다 어린 오빠"라고 하기도 하지만 가끔 '할미'라는 단어로 본인들을 부를 때가 있는데
아 정말
갑자기 움츠러드는 기분이었다.
40대 중반이면 사실 적은 나이는 아니만 그래도 생물학적, 사회 관계적으로도 할머니는 아닌데 말이다.
그래도, 트위터에 모인 팬층에서 나이로 따진다면 고령은 맞으니, 할머니급은 맞다.
그래도 차마 '할미'라는 말은 안 나왔다.
그래 어쩌면 편하게 본인을 '할미'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보다 내 나이가 더 '할미'에 가까우니까
내가 좋아하는 밴드가 혹은 팬들이 너무 나이 많은 사람이 좋아한다고 싫어하면 어쩌지 나도 모르게 위축되는 것이다. 할미라는 말은 친근함도 있지만 나이 듦에 대한 자조가 섞인 뉘앙스의 단어인데 이걸 봐버리고 나니 갑자기 현실 자각이 되었다.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게 맞는가???
결국 인스타에 내 심정을 적어보았다. 팔로워가 10명도 안 되는 인스타가 무슨 영향력이 있을까만은 우리 서로 할미라고 하는 단어 쓰지 말자고 그렇게 적고 나니 그게 내 맘에 위안이 되었는지 다시 트위터를 돌아다니기가 편해졌다.
덕질을 하면서 새로운 기운을 받고 활기를 느끼고 행복을 느끼는데 굳이 단어 하나로 장벽을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덕질하는 우리 '할미'는 아니잖아요. 그리고 60대 넘어서도 누군가를 순수하게 사랑하는 팬심은 언제나 생기는 것이니까요. 그저 단어에 발 묶이지 말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