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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B side

나와 일과 육아와 삶

일상이 버거울 때 누구를 찾아야 하나

by 윈즈

큰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고 첫 기말고사가 끝났다.

중학교 때까지는 시험을 초월한 삶을 살았던 아이인지라

나 역시 시험기간을 여유롭게 지냈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고서는

25년 고1부터는 달라진다.

고교학점제 전면도입이니 내신 5등급제가 쉽지 않다.

아이도 나름 학교에서 내신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덕분에

시험기간 내내 아이를 깨우고 늦게 들어오는 아이의 기척이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평소 안 마시던 커피도 마셔가며 버티고

오랜만에 다시 아이 때문에 잠을 설치던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저녁시간 여동생에게 톡이 왔다.

아직 어린 큰 조카가 열이 나서 퇴근하자마자

집으로 날아가고 있는 중이라는

이런저런 이야기 중에

육아를 도와줄 부모님이 멀리 계신 것에 대한 넋두리가 쏟아져 나왔다.

부모님께 그러면 안 된다는 마음과

지치고 힘들 때 도움을 받지 못하니 저절로 생기는 서운함에

본인 마음도 괴롭다는 이야기였다.


그 시절을 지나왔으니 이제야 좀 멀리서 바라보고 말할 수는 있지만

딱히 해줄 수 있는 새로운 이야기가 없다.

그 어떤 말로는 대신할 수 없는

직접적인 도움이 필요한 아이에게 어떤 것이 위로가 될까?

나 역시

몸은 피곤하고 마음은 괴로웠고

육아로 인해 성취를 향한 여러 가지 좌절도 있었고

주위의 위로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서운함과 답답함이

분노가 되고 슬픔이 되기도 했으니까


그저 잘 챙겨 먹고 몇 년만 지나면 좀 덜 바빠진다는

억지로 가지려 노력했건 것이 진짜 내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지려면 저절로 찾아오기도 하더라라는

좋은 말로 위로할 수밖에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모든 주양육자들이 견뎌내고 있을

괴로움이 좀 덜 해지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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