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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버리지 않는 한 인생의 봄날은 반드시 온다​

- 독서일기 & 엄마일기

by 함께

희망을 버리지 않는 한 인생의 봄날은 반드시 온다​

모두가 각자의 삶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으니,
누구도 쉽게 미워하지는 말자.
나 역시 온종일 좀 더 나아지기 위해 분투했으니,
인생의 봄날이 온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말자.
한발 더 다가가서 바라보면 사랑스럽지 않은 사람이 없다.
나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간혹 나 자신이 너무 싫고 미운 날에도
나를 굳게 믿고 사랑하며 살자.​
- 김종원, <어른의 품격을 채우는 100일 필사 노트>​

얼마 전 올렸던 화해 모드의 일기가 무색하게도 여전히 난 매일 첫째와 전쟁을 치른다.
연휴 기간 동안 옷 정리를 하자고 철석같이 약속을 해놓고는 대충 하다 말고 나가서 친구들과 놀고 오기를 며칠째 반복하던 첫째. 결국 또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속에 있던 말을 폭풍처럼 다 꺼내 쏟아부어버렸다. 근데 그러고 나니 또 마음이 요동쳐서 눈물이 났다. 그냥 참으려니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 오르고 밖으로 꺼내버리면 온갖 후회가 밀려든다. 아이의 사춘기를 감당하기에는 내가 너무 나약한 존재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는 요즘이다.

친구와 있는 게 너무 행복하고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걱정들이 다 잊혀진다고, 엄마가 나 땜에 아픈 거 싫은데 나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아이에게 '엄마도 그 마음 다 이해해.'라고 말한 나였다. 근데 왜 또 이렇게 속 좁게 구는 건지, 어디까지 이해해 주고 어디부터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 건지, 유튜브 영상들을 보면 아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주라는데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지, 기다리다가 내 속이 장작마냥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건 어쩔 수 없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다른 데로 신경을 돌려야 할 것 같았다. 노트북을 들고 무작정 집을 나섰다. 이곳저곳 검색하다가 새벽 2시까지 영업하는 카페 체인점을 찾아냈다. '그래 오늘은 여기다.' 디카페인 크림 콜드브루 한 잔을 시킨 뒤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몇 시간을 꼼짝 않고 키보드를 두들겨대다 보니 불같이 타올랐던 감정들이 어느새 사그라들어 있었다.

집에 돌아가니 첫째가 엉망이었던 옷들을 대충 정리해둔 게 보였다. 사실 내 맘에 찰 만큼 제대로 정리한 건 아니었지만 첫째이겐 이 정도가 최선이란 것도 알고 있었다.



모두가 각자의 삶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것처럼, 아이도 사춘기라는 버거운 마음의 짐을 가득 안고 나름대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을 것이다. 호르몬의 변화 때문에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이 행동하게 되는 것, 2차 성징으로 인해 빈혈과 두통이 잦은데 약으로도 잘 듣지 않는 것, 나름대로 노력하는데도 성적이 기대한 만큼 오르지 않아서 앞으로의 진로가 자꾸만 고민되는 것... 아이도 나만큼이나 많은 시련과 고통을 겪고 있을 것이다. 그걸 모르는 게 아닌데 나 또한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기다려주질 못하고 자꾸만 다그치게 된다.

오락가락하는 감정이 힘들어서 병원에 상담하러 갔을 때 의사쌤이 그랬다. 아이가 사춘기 땜에 말 안 듣는 건 엄마가 받아줘야 한다고. 엄마는 그 화를 다른 데 푸는 수밖에 없다고. 그래서 운동을 하던 책을 읽던 다른 무언가로 스트레스 해소할 방법을 찾으라고. 결국 내가 찾은 방법은 공부와 일 중독(?)이었는데 스트레스는 해소되었지만, 과로로 인해 목 디스크 통증 심화와 같은 다른 후유증이 생겼다...

온종일 집안 일과 육아, 그리고 스스로 자처하여 쏟아지고 있는 업무들로 고군분투하느라 고생하는 나에게도 곧 봄날이 오겠지. 아이의 사춘기는 언젠가 지나갈 거고, 열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노력 또한 언젠가 빛나게 될 거니까. 그러니 오늘처럼 아이이게 화를 쏟아붓고 나서 죄책감이 밀려오는 날에도 너무 자책하지 말자. 그럼에도 잘 살아가고 있는 나를 사랑하고 믿어주자.

#김종원작가 #어른의품격을채우는100일필사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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