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일기 & 엄마일기 & 덕질일기
애틋하게 끌어안은 품속에서 서로의 기도가 아프게 피고 있었다. 행여 들릴까 숨죽여 삼키던 말들이 그들의 가장 오래된 기도가 된 것이다. 서로를 향한 마음을 서로는 모른 채, 아니 어쩌면 누구보다 잘 알기에 말없이 끌어안은 것처럼.
아이와 엄마는 서로의 품 안에서 가장 연약했고, 또 강인했다.
수없이 무너져도 끝끝내 다시 일으켜 주는 존재.
서로에게 서로가 그토록 등불이었다.
마침내 불이 꺼진 창가에 달빛이 조용히 내려앉았다. 하나의 섬처럼 포개진 두 사람은 서로의 품 안에 곤히 잠들어 있다.
시간도 그들을 비껴가는 걸까. 세상은 그들에게서 천천히 멀어지고, 두 사람의 고른 숨결만이 남아 이 긴 밤을 다독이고 있었다.
글. 정승환
요즘 들어, 다시 사춘기가 돌아온 것 마냥 툭하면 눈물이 터졌다. 이게 오춘기인가. 별것도 아닌 일에 서운하고 서러웠다. 세상에 나만 혼자 남겨진 것 같고 멍하니 앉아 삶의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될 때가 많았다.
가끔은 눈물이 주체가 되지 않아서 엉엉 울어버린 적도 있었다. 시간이 지난 뒤 둘째에게 물어보니 다 알고 있었다고 했다. 아직 초등학생 꼬맹이인데도 종종 나보다 더 어른스럽게 행동하곤 하는 이 아이는, 나를 닮아 속으로는 여리디 여린 마음을 꽁꽁 감추고 겉으로만 씩씩한 척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겉모습만 자라 버리고 마음은 아직도 어리기만 한 엄마를 지켜주려고 정말 씩씩한 아이로 자란 걸까.
학교에서 가장 닮고 싶은 사람에 대해 얘기할 때, 엄마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는 아이. 엄마처럼 살고 싶다는 아이. 그런 아이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좀 더 떳떳하고 본받을만한 모습으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도 우리는 서로에게 늘 자랑이 될 테니까. 변함없이 사랑하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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