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하수체, 솔방울샘, 갑상샘, 부갑상샘, 부신, 이자
우리 집을 잘 찾아오는 택배처럼, 우리 몸의 기관을 잘 찾아가는 호르몬
우리 몸의 호르몬(hormone)은 내분비샘에서 분비되어 특정한 표적 세포나 조직을 조절하거나 통제하는 화학물질입니다. 외분비샘에서 분비하는 침, 땀, 쓸개즙 들은 체외로 바로 배출되거나, 흐르는 특정한 관이 있다면, 내분비샘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은 혈관을 타고 혈액과 함께 이동하게 됩니다. 호르몬이 혈관을 타고 이동한다면 혈관이 지나는 모든 세포나 기관에 호르몬이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지만, 택배가 우리나라 어느 곳이든 기가 막히게 배달되듯이 혈관을 따라 이동하다가 특정한 표적 기관(호르몬이 작용하는 장기)에만 영향을 줍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가 입을 오물오물하며 젖을 찾습니다. 손가락을 넣어주면 열심히 빨다가 ‘이게 아니야’라는 표정이 찡그리는 모습이 너무 귀엽죠. 아이가 엄마에게 젖을 달라고 떼를 쓰며 엄마 젖을 빨면, 수요를 느낀 뇌하수체 앞엽(anterior lobe of pituitary gland)이라는 회사에서는 프로락틴(prolactin)이라는 택배(호르몬)를 배송시킵니다. 프로락틴은 그리스어로 앞을 뜻하는 ‘pro’와 젖분비를 뜻하는 ‘lactation’이 만나서 형성된 단어로, 배송지인 젖에 도착하여 젖분비를 촉진합니다. 이와 동시에 뇌하수체 뒤엽(posterior lobe of pituitary gland)이라는 회사에서는 옥시토신(oxytocin)이라는 택배를 출발시킵니다. 원래 출산 시에 옥시토신은 그리스어로 ‘일찍 태어나다’라는 의미로 자궁에 도착하여 자궁의 수축을 유도해서 태아 출산을 촉진시킵니다. 하지만 출산 후에도 방출하게 되면 젖으로 이동하여 젖생성을 촉진합니다. 그래서 아이의 젖을 무는 행동은 옥시토신으로 젖을 많이 만들고, 프로락틴으로 젖을 잘 분비하게 하는 것입니다.
잠을 잘 자려면 낮에 해를 많이 쬐라는 말 들어보셨죠? 아이들이 바깥 활동만 하고 오면 어느새 새근새근 잠이 드는 것은 에너지 소진의 이유도 있겠지만, 호르몬의 영향도 있습니다. 솔방울샘(pineal gland)이라는 회사는 낮에 제품을 만들고 밤에 배송하는 회사라서 낮에는 멜라토닌(melatonin)이라는 제품을 만들어서 밤 7시에 배송을 시작하여, 밤 10시에 배송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새벽 3시에 배송이 최대한 많이 이루어져서 우리 몸 전체에 분비됩니다. 멜라토닌은 그리스어로 어둠을 뜻하는 melas와 희석한다는 뜻의 tonus가 만나서 어둠의 호르몬이라는 의미로, 어둠일 때만 나오기 때문에 숙면에 영향을 주는 호르몬입니다. 평소 규칙적으로 일정 시간 낮에 활동하시는 분이라면 밤에 나오는 멜라토닌의 양도 일정하여서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멜라토닌의 별명이 ‘알람(alarm)’입니다.
비정상적인 반응으로 뼈조직이 파괴되면서 나오는 칼슘이 혈관으로 많이 유리되면 혈중 칼슘 농도가 올라가게 됩니다. 그러면 소변으로 칼슘이 많이 배출되게 되고, 뼈밀도가 감소하여 골다공증의 위험이 있습니다. 갑상샘(thyroid gland)이라는 회사는 칼시토닌(calcitonin)이라는 택배를 혈관으로 출발시켜서 칼슘을 다시 뼈로 이동시킵니다. 칼시토닌은 그리스어로 칼슘을 묽게 만든다는 의미로, 혈중 칼슘 농도를 감소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반대로 혈중 칼슘 농도가 너무 많이 감소하면, 근육 수축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됩니다. 부갑상샘(parathyroid gland)이라는 회사는 부갑상샘 호르몬(parathyroid hormone)이라는 택배를 뼈로 출발시켜서 칼슘을 혈관으로 이동시킵니다. 이처럼 칼시토닌과 부갑상샘 호르몬은 혈중 칼슘 농도를 일정하게 만들기 위해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평소 외부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면 이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몸에서는 에너지를 생산시킵니다. 우리 몸의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혈액으로 방출하여 스트레스에 대응할 수 있게 각 기관으로 보내는 것이죠. 부신겉질(adrenal cortex)이라는 회사는 코르티솔(cortisol)이라는 택배를 혈관을 통해 광범위하게 우리 몸 전체에 보냅니다. 근육이나 지방에 있는 당을 혈관으로 다시 내보내서 혈당을 상승시키고, 항체의 생산과 염증을 억누르는 작용을 합니다. 하지만 코르티졸이 너무 많이 분비되면 부신성당뇨병을 일으키고, 아무 이유 없이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쿠싱증후군(Cushing’s syndrome) 증상을 나타냅니다. 부신 속질(adrenal medulla)이라는 회사는 에피네프린(epinephrine, adrenaline(아드레날린)과 동의어)이라는 택배를 혈관으로 광범위하게 우리 몸 전체에 보냅니다. 특히 뇌와 심장에 산소와 포도당을 공급해서 활동을 촉진하고 폭발적인 힘을 생성할 수 있게 하며, 모든 에너지를 근육에 사용할 수 있도록 내장기관의 활동은 잠깐 멈추게 합니다. 이처럼 코르티졸과 에피네프린은 스트레스에 대항할 수 있도록 우리 몸의 에너지를 생성하는데 작용하게 됩니다.
혈당 스파이크라고 들어보셨죠? 밥을 먹은 후에 혈당이 급격하게 높아지는 구간을 말합니다. 여보 더 먹으라며, 아빠 더 먹으라며 밥을 한 숟갈씩 덜어주는 가족들의 모습이 이제 더 이상 사랑으로 느껴지지 않기 시작하죠. 이자(pancreas)의 랑게르한스 섬(Langerhans island)이라는 회사의 β세포라는 부서에서 인슐린(insulin)이라는 택배를 혈관으로 출발시켜서 당을 근육으로 이동시킵니다. 인슐린은 라틴어로 섬이라는 의미의 insula에서 따온 것으로서 랑게르한스 섬에 나오는 호르몬이라는 의미입니다.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당뇨병(diabetes mellitus)이라는 병도 당이 소변을 통해서 나가는 의미 자체가 인슐린의 부족이나 기능저하로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에너지를 다시 쓰고 싶으면 근육에 저장된 당을 사용해야겠죠? 이자의 랑게르한스 섬이라는 회사의 α세포라는 부서에서 글루카곤(glucagon)이라는 택배를 근육이나 지방으로 출발시켜서 당을 혈관으로 이동시킵니다. 글루카곤은 glucose agonist라는 그리스어의 합성어로 당을 사용할 수 있게 에너지를 생성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처럼 인슐린과 글루카곤은 혈당 조절을 위해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호르몬은 신체의 생리적 반응을 정교하게 조절합니다. 정교한 만큼 느리고 오랫동안 작용합니다. 날씨가 더우면 앞시상하부에서 이를 감지하고 땀분비를 증가시켜 열손실을 증가시킵니다. 날씨가 추우면 뒤시상하부에서 이를 감지하고 피부혈관을 수축시켜 열손실을 감소시킵니다. 이러한 과정은 땀이 분수처럼 한꺼번에 나오지 않고 서서히 땀이 흐르며, 피가 안 통할만큼 한꺼번에 피부혈관을 수축시키지 않고 서서히 수축시켜서 열의 방출을 막는 것처럼 아주 천천히 작용합니다. 하지만 신경의 작용은 호르몬과 달리 빠르고 일시적으로 작용합니다. 신경도 역시 조직과 기관들의 상호 연락을 주고받는 작용을 하며 상황에 대해 대처하는 역할을 합니다. 호르몬보다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냅니다. 날씨가 더우면 손바닥을 펼쳐서 바로 손부채한다던지, 날씨가 추우면 바로 양손으로 반대쪽 양팔을 부비부비하듯이요.
호르몬은 신경보다는 느리지만, 정교하게 어디든지 찾아가는군요. 택배도 직접 구매하는 것보다는 느리지만, 편리하게 어디서든 얻을 수 있네요.
<이 글을 읽고 다음을 생각해 보세요>
1. 호르몬과 택배의 또 다른 공통점이 있을까요?
2. 칼시토닌과 부갑상샘 호르몬의 관계와 인슐린과 글루카곤의 관계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3. 호르몬과 신경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생각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