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싫어해 본 기억이 있다면, 미워해 본 기억이 있다면 그 마음을 갖고 산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자기 파괴적인 행동이었는 지를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실제로 누군가를 미워하다 못해 병을 얻는 사람도 보았고, 몇 년간 누군가를 극렬히 싫어해보기도 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은 참 이상했다. 그렇게 싫어하면서도 그렇게 그를 쫓는 행위였다. 과연 나는 그의 안티인가? 팬인가 싶을 정도로 그의 모든 것을 샅샅이 싫어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 나의 일과였던 것 같다.
내가 몇 년간 나를 태워 싫어했던 사람은 회사사람이었다. 리더지만 책임감도 능력도 없어 팔로워들을 고달프게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주니어급일 때, 작은 규모일지라도 나에게 너무 버거운 프로젝트를 맡은 적이 있다. 몇십억 대 규모였으니, 사실 작지도 않았다.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 자칫 잘못하면 누군가의 목(회사 생명)이 날아갈 수도 있는 그런 프로젝트였다. 본부장님 주관으로 추진되었는데 당시 본부장님의 상황이 좋지 못했고, 나의 팀장은 그와 엮이고 싶지 않아 했다. 그래서 내가 들고 가는 보고서마다 결재를 하지 않고 본부장님께 바로 가기를 요청했다. 하루는 팀장은 당연히 거쳐야 하니깐 결재를 받기 위해 가져갔을 때 그는 몸서리를 떨며 얘기했다.
“나는 책임질 수 없으니 사인할 수 없어 그냥 가져가 바로”
그때였다. 아 이 사람은 나의 리더가 아니구나, 내가 믿고 따를 사람이 아니구나. 그만둬야겠다. 거기서 사실 그만뒀으면 좋았겠지만 플랜 B조차 떠올릴 수 없었던 나의 바쁘고 팍팍한 회사 생활은 계속 유지되어 갔다. 그에 대한 실망과 분노와 부정적인 감정에 휩 싸인 채로.
나는 어렸고, 나의 마음을 특히나 부정적인 감정을 잘 숨길지 몰랐다. 아침에 일어나면서 주말 밤 잠이 들면서 그의 얼굴이 생각났다. 내 인생 최대로 욕을 잘했던 시기리라. 혼잣말로 욕을 하면서 잠이 들고, 일어나자마자 세수를 하며 욕을 했다. 그가 너무 싫어서 이게 무슨 일일까, 나의 삶이 그로 가득 찼고, 나의 입은 그를 쫓기 바빴다.
어느 날 하루는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 그랬다. “왜 이렇게 상스럽게 말해?” 충격적이었다. 나는 원래 말을 따뜻하고, 다정하게 하는 사람이었는데, 누군가를 격렬히 싫어하는 감정에 휩싸인 나는 굉장히 상스러웠다.
6년간이나, 그가 싫었던 나는 내가 싫어하는 나로 변해갈 때, 아니 이미 변했을 때 그 회사를 나왔다.
(다른 사유로) 그리고 이제 또 몇 년이 흐른 지금 나는 명확히 얘기할 수 있다.
누군가를 싫어하는 것은 사실 그를 파괴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을 파괴하는 일이다. 부정적인 생각의 늪에 빠져 도돌이표에 빠지는, 하루종일 그 생각에서 헤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 이후의 나는 누군가에게 부정적인 마음을 담는 것을 의식적으로 지양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에게 내 감정 소모하기에 나의 감정이 너무 소중하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이기에 가끔 마음에 안 드는 사람과 상황은 있다. 생각은 해도 입 밖에 내지 않는 것을 연습하고 있다. 생각만 할 때와 달리, 그것을 입 밖에 내는 순간, 누군가와 공유하는 순간 그 힘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부정적인 에너지는 가지고 있을 때보다 입 밖에 낼 때 힘이 더 세다."
그 미움의 세월을 통해 내가 배운 교훈이었다. 사실 이 얘기는 어릴 때 인생선배들이 이미 말해줬음에도 불구하고 잘 실천할 수 없었던 이야기였다. 이제 비로소 내가 누군가를 제대로 싫어해보고, 후회한 다음에야 할 수 있는 이야기인 것 같다. 그러니, 혹시나 누군가가 너무 싫고 미워 헤어 나올 수 없다면, 당신을 망치는 행동에서 당신을 꼭 구해낼 수 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