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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아 Oct 12. 2023

끝이 없는 노래

04. 뒤엉키는 잡념


 세상에 던져진 채로 홀로 버틴 날들이 소용없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버텨야 하는 일이 최선일 때가 있다. 더 이상 밀려나고 싶지 않아 낭떠러지를 붙잡고 우는 날이 더 많아도, 그게 나를 위한 불행이어도 버티고 싶을 때가 존재한다.

 가끔씩 찾아와야 할 불행이 일상처럼 내 몸에 달라붙는다. 이쯤 하면 떨어질 법도 한데 불행이 나인지 내가 불행인지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나를 좀먹는다. 나를 잃은 채 낭떠러지를 기어 올라오니 내 손발은 손 쓸 수 없이 썩어 문드러져 형체를 잃었다. 차라리 떨어져 나가길 바랐다. 알 수 없는 모양이 아니라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지는 편이 나았다. 낭떠러지에서 나를 구한 손과 살기 위해 발버둥 친 발의 잘못은 어디서 오는 걸까.

 버티는 일이 잘못으로 변질되는 순간은 쉽게 다가온다. 이곳에 간신히 숨 쉬고 있는 나를 붙잡아 흔들어 대는 사람이 당신뿐일까. 도대체 나는 어디서 왔기에 당신이 밀어낸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서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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