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다른 길이라면
평범한 삶을 동경했다. 흔들리는 일상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사람답게 사는 일이 어렵다는 걸 깨달은 순간부터 나는 불행했을지 모른다. 모두에게 주어지지 않는 것. 공평하지 못한 시작.
출발선이 달라 따라가기 벅찼다. 곳곳에 붙은 빨간딱지는 나를 쉴 새 없이 뒤흔들어 놓았다. 갑자기 집에 있는 물건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함과 가족이란 테두리마저 부서질 거란 두려움이 나를 지독하게 옭아맸다.
오래 달려야 하는 인생이라는 걸 알기에 숨이 턱 막혔다. 더 갈 수 있을까. 내가 바라던 건 뭐였을까. 작은 숨구멍을 뚫어놓고 잃어버린 길을 찾아 다시 시작했다. 출발선이 다르다면 출발도 다르게 해야 한다. 누군가 알려줬다면 시작이 좀 더 빨랐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