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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드미스 Oct 29. 2022

골드? 올드? 난 오드(ODD)

오드미스의 탄생

사촌동생의 결혼식장, 하얀 드레스의 신부와 시도를 멋지게 차려입은 신랑의 입장. 표정에서는 기쁨을 참을 수 없다는 듯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진심으로 행복하길 기원하며.... 


결혼의 진짜 '메인' 뷔페를 맞이하러 간다. 역시 모든 예식의 진리는 밥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친척의 결혼식에는 난관이 있으니 바로... 친척 어른들과의 면담 타임이다. 맛있고 즐겁게 밥을 먹을 수 있지만 친척 어른들의 질문을 맞이하는 것은 그렇게 유쾌한 일만은 아니다.

"넌 언제 결혼할 꺼니?", "교제하는 사람은 있니?", "회사는 잘 다니고, 직급은 뭐니?"

평소에 전화 한 통 없던 어른들께서 이 날만은 어떻게 이렇게 나한테 관심이 많으신지, 질문의 난관에 봉착한다.  이 질문에 잘 못 대답하면 부모님 얼굴에 먹칠할 거 같은 아슬아슬한 줄타기 속에서 대답을 재치 있게 잘해야만 한다.


그러다 한 친척이 말한다.

"회사 잘 다니고 있으니 골드미스네, 하하하"


"골드미스" 내가 골드미스라고?! 내 나이 38. 이제 미스라고만 불리기는 어려운 나이. 올드미스라고 부르면 기분 나쁠 테니 골드라도 붙여줬나 보다. 근데 내가 정말 골드미스는 맞는 걸까? 골드미스란 경제적으로 얼마나 풍족해야 불릴 수 있는 걸까? 내가 사는 집, 매월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월급, 노후를 위해 저축을 할 수 있는 정도면 어떨까? 내가 살 만큼이지 골드처럼 화려한 삶은 살 수 없을 거 같다. 골드미스가 되려면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춰야 할지 생각하니 막막하기만 하다. 내가 버는 수입은 한정되어 있고 수입을 아껴서 시드(seed) 머니를 만들고 투자의 귀재가 되지 않는 이상 골드미스가 되기는 어려워 보이기만 한다. 


여성 혼자 사는 삶은 골드 아니면 올드 둘 중 하나의 결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니 슬퍼진다. 나는 내 인생을 살뿐이고 단지 결혼하지 않았다는 것뿐인데 골드와 올드의 갈림길에 들어서게 될 줄이야.


38살. 결혼하기에는 늦은 나이이고 엄마가 되기에도 늦었지만, 이제 인생에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조금은 알게 되었으며 이전보다 남들 눈은 적게 의식하게 되었고 나의 기준을 세우고 기준에 부합하는 것과 아닌 것을 약간은 알 수 있게 된 거 같다. 아마 내 또래의 많은 여성이 이 나이쯤 되어야 무엇을 원하는지 찾던 방황을 멈추고 자신의 목적을 찾아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갈 결단을 어렴풋이나마 내리지 않았을까? 그 사이 결혼과 육아의 과제가 들어가게 된 사람들은 아마도 그 시간이 조금은 더 지연되어 아직도 빠듯하게 남은 숙제들을 처리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100년이라는 긴 수명을 바라보게 된 지금 혼자의 시간이 충분히 주어졌다는 것은 축복이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자신의 목적을 발견하고 노력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어울릴만한 새로운 이름이 필요하다.


오드미스 (Odd miss)

오드(Odd)  사전적 의미로 "특이한, 이상한, 다양한, 홀수의"라는 뜻이다. 

단 하나뿐인 특별한 존재, 다양한 개성을 갖고 있는 존재라는 뜻으로 나는 스스로를 오드미스라고 칭해주기로 했다. 남의 눈만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을 깨닫고 목적을 향해 살아가는 여성들, 그에게 딱 어울리는 이름이 "오드미스"지 않을까?  골드가 아니어도 올드가 되지 않을 수 있으며 목적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여성을 위한 이름 "오드미스". 난 오드미스로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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