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드미스 Oct 29. 2022

오드미스 옆 오드미스

오드미스 옆을 지키는 오드미스 친구들. 그들은 어떤 고민이든 털어놓을 수 있는 선배이자 친구이자 후배들이다. 유부녀가 된 친구들은 그들만이 통하는 대화가 있고 오드미스는 오드끼리 통하는 우리만의 이야기가 있다. 이 친구들이 없었다면 과연 이렇게 오드미스라고 당당히 외치고 다닐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그리스 철학자들은 한국어로 사랑이라는 한 단어를 여러 가지 단어로 나누었다. 사랑하면 가장 먼저 떠오른 남녀 간의 사랑 '에로스', 어버이가 자식을 사랑하는 '스토르게', 친구 간의 우정을 뜻하는 '필리아', 그리고 하나님의 독생자 아들을 희생하여 인간을 살린 절대적인 사랑 '아가페'가 있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사랑은 감정의 영역보다 기술이라고 했다. 사랑하는 기술인 겸손, 용기, 신념, 훈련으로 기술로 터득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사랑을 하는 법, 즉 사랑의 기술을 익히는데 필리아만큼 좋은 훈련의 대상도 없는 거 같다. 학생 시절에도 충분히 필리아를 나눌 수 있고 거기서 진실한 우정을 쌓아갈 수 있는 관계를 쌓을 수 있다. 어른이 되어서는 학창 시절의 우정보다는 좀 더 실리적인 인간관계를 추구하기 때문에 피폐해져 가는 인간관계 속에 다시 필리아를 나눌 대상이 있다면, 정욕으로 인한 에로스가 없어도 필리아를 통해 사랑으로 충만해질 수 있다. 또한 에리히 프롬은 "자신을 포함해서 모든 사람을 똑같이 사랑한다면, 그대를 그들을 한 인간으로 사랑할 것이고 이 사람은 신인 동시에 인간이다"라고 표현했다. 필리아의 대상은 나와 똑같이 사랑하는 법을 좀 더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대상이므로 사랑의 기술을 익히기 더 좋은 상대가 아닐 수 없다.


오드미스 옆 오드미스들은 에로스도 하고 있지만 같이 우정을 나누며 필리아의 사랑을 서로 실천하고 있다. 결혼하여 육아를 하고 있는 친구들보다 시간적으로도 심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에 함께 만나 차도 마시고 공부도 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같이 깊은 고민도 나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실리적인 관계를 떠나 다시 학창 시절의 관계처럼 깊은 유대감이 생겨나고 옆의 오드미스의 감정들이 나의 감정들이 되기도 한다. 물론 때때로 실망하고 가치관이 안 맞는 과정도 있지만 거기서 의견 타협을 거치는 과정을 통해 배려라는 사랑의 기술을 계속 터득할 수 있다. 


함께 있어서 서로 발전되는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다. 친구의 발전을 보고 자극받아 나도 더욱 발전할 수 있다. 서로 좋은 목표가 무엇인지 알고 같이 스터디를 한다던가 원하는 방향에 피드백을 주면서 함께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단지 이런 사람이 또래뿐만이 아니라 주변에 나보다 나이가 많은 오드미스 언니가 있다면 인생의 산 경험을 더욱 많이 들을 수 있다. 또래는 해주기 어려운 삶의 깊이로 조언을 아끼지 않을 수 있는 언니들을 옆에 두는 것도 오드미스의 기쁨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나도 새로운 오드미스를 걷는 후배들에게 좋은 선배로써 좋은 조언을 하기 위해서는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며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이전 04화 단지 평범한 사람을 원할 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