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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씨작가 Sep 10. 2024

예술가들은 왜 SNS와 유튜브를 할까요?

2번공은 파랑




처음 블로그를 개설하고, 작업실에서의 경험과 전시 준비 과정을 유튜브에 담기 시작한 건 단순히 나만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였다. 마케팅을 위한 것보다는 그저 내가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기록하는 정도였다. 



직경 76.2cm _ 당.구.공 (2번, 남산하우스)   Acrylic&ink on canvas _ 2023




신도림 역 레지던시 창밖 풍경



2019년 3월 4일, 첫 블로그 글을 올리면서 나의 일상과 작업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작업 시작 밑작업'이라는 제목의 글에, 60호 F와 20호 S 캔버스에서 작업하는 나의 모습을 담은 짧은 영상도 함께 올렸다. 그 작업실은 마치 열차 안에 있는 듯한 공간이었고, 창밖으로는 서울의 분주한 거리와 미세먼지가 가득한 풍경이 보였다. 처음엔 그 풍경을 보며 걱정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그 작업실을 진심으로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 

서울에서 그렇게 높은 층고를 가진 작업실을 구할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었으니까.






창밖은 언제나 평화로워 보였지만, 작업에 몰두하다 보면 차창 밖을 바라볼 여유는 없었다. 그래도 그때의 기억은 선명하게 남아 있다. 작품 활동을 시작하며 그 과정을 담담히 기록하는 것이 나의 일상이 되었다. 문득 열쇠고리를 달고 방에서 나와 열차 작업실로 향하던 날이 이렇게 중요한 순간이었을 줄은 그때는 미처 몰랐다.


열차 작업실에서의 작업



주변 작가들은 페이스북보다는 인스타그램을 더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나도 자연스럽게 인스타그램을 통해 작업 과정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다른 작가들의 해시태그를 참고하고, 스토리나 릴스를 통해 작품을 알리는 방법을 배우며 나름대로 소셜 미디어를 활용했다. 최근에는 스레드에 글을 남기고 있다. 과도한 광고 없이 생각을 자유롭게 풀어낼 수 있는 곳이라서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나는 자연스럽게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나의 작업을 대중과 공유하고, 소통하게 되었다. @artist_junga_c



코로나19로 인해 전시가 조용해지던 시기, SNS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2020년 2월, 유나이티드 갤러리에서 열렸던 개인전 때 오프닝도 할 수 없었고, 전시장은 텅 비어 있었지만, 나는 그 조용한 전시장에서 나와 작품을 기록했다. 그 당시엔 나조차도 SNS가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할지 몰랐다. 팬데믹이 끝난 후에도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은 여전히 SNS를 통해 이루어졌고, 이제는 자연스럽게 인스타그램과 스레드, 블로그를 활용하며 작품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SNS 속 작은 사각형만으로 나의 작업을 모두 담기엔 부족함을 느낀다. 블로그는 그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사진과 글을 한꺼번에 올릴 수 있고, 나의 생각을 더 깊이 담아낼 수 있어서 요즘 더 애착이 간다. 인스타그램이 빠르고 간편한 도구라면, 블로그는 차분하게 나의 작품과 생각을 정리하는 공간이다.





대중과의 소통은 예술가에게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예술은 결국 대중과 만나야 하고, 대중의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SNS 속 좋아요 수가 예술가의 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지만, 대중과의 소통은 피할 수 없기에 나는 꾸준히 기록하고 공유한다. 손가락 관절이 아플 정도로 SNS에 매달리게 될 때도 있지만, 대중과의 소통을 포기할 수는 없다.



작가들 사이에서도 작업 시간은 귀하고, 집중을 요한다. 그래서일까? 우리 작가들은 서로 DM을 주고받으며, 인친을 맺고 작품을 공유하는 것이 익숙하다. 나는 작업할 때 핸드폰을 무음으로 설정해 놓고, 카톡 소리에 방해받지 않도록 한다.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작업에 몰두하고 싶으니까. 요즘은 온라인에서의 존재감이 중요해진 시대이다. 나 역시 그 속에서 나를 알리고, 작품을 기록하고,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사각형 안에 갇힌 나의 삶이 너무 작게 느껴지지 않도록 브런치에 나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담아가고 있다.



정아씨 작가 Q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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