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아씨작가 Sep 10. 2024

작은아씨우산, 정아씨는 누구일까요?

 4번공은 보라





난 연희예술극장에서 10분을 위한 모노드라마 무대를 준비했다. 10분 동안 나를 표현하기 위해선 A4 용지 3장 정도의 대본을 준비해야 했다. 무대 위에선 밀리터리 색상의 모자 모양 우산, 군복 무늬의 시스루 가디건과 바지를 입고 섰다. 나의 상징인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그곳에서 나의 예술 혁명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예술은 내게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내 삶 그 자체였다.






4번공은 보라색공





내 심장이 손톱만큼 자랐다 (파노라마) _ (각)72.7X60.6cm _ Acrylic and ink on canvas _ 2024



초록 공은 내게 사랑과 같았고, 마치 그린라이트 같았다고 말했다. 예술가로서 양가적인 감정을 겪는 것은 두렵지만, 그 두려움 속에서 용기를 내어 영감을 공으로 비유하며 풀어냈다. 대본은 이렇게 시작했었지.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


저는 작가, 정아씨입니다. 이 명함을 받으신 분들은 게임을 해야 합니다. 오징어 게임 말고요. 내 인생은 포켓볼 게임 같아요. 1번 공, 2번 공, 그리고 6번 공에 빠진 저를 모르시나요? 6번 공은 '술술 풀린다'는 뜻을 가진 공처럼, 내 인생도 술술 풀릴까요?



포켓볼 게임의 법칙을 떠올려 보면, 16개의 공이 있습니다. 하얀 공이 다른 15개의 공을 만나고, 그중 8번 공이 빠지면 게임은 끝이 나죠. 나는 그중 초록 공, 6번과 14번에 빠진 듯한 기분이었어요. 초록 공은 나에게 사랑이고, 호기심이며, 나를 향한 그린라이트 같은 존재였습니다. 작가로서 그린라이트는 사랑인지, 혐오인지, 아니면 그저 불확실한 감정들 속에 있는지 고민했죠.



감정의 스카프 _ 91X91cm _ Acrylic and ink on canvas  _ 2024




작가는 자유를 원하지만, 그 자유 속에서 자신을 탐구하며 스스로를 구속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문득, 나는 누구일까라는 질문을 하게 되죠. 우산을 펼치며, "이 공에 맞으면 죽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왜 이렇게 변했을까요?" 하고 묻습니다.


작은 아씨 우산 _ 91X91cm _ Acrylic and ink on canvas _ 2024



제가 처음 만난 공은 건축가였습니다. 어릴 때 건축 설계 사무소에서 사보 편집과 디자인 일을 하며 알게 된 한 가지, 그것은 '집은 사람을 닮았다'는 것이었죠. 집에는 화장실이 있고, 내 몸에는 배출구가 있듯이, 집에 보일러가 있으면 내 몸에는 심장이 있어 따뜻함을 유지합니다. 집에 커다란 창이 있듯이, 내 마음에도 창이 있고, 커튼이 눈의 각막처럼 보호막 역할을 합니다. 그때 느꼈습니다. 집은 사람과 정말 닮았구나.



그렇게 건축가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나의 작품 세계도 조금씩 만들어졌습니다. 오늘은 여러분의 귀가 소중한 날입니다. 제 이야기를 들어주고 계시잖아요. 그런데 이런 예술계의 세상을 오징어 게임에 비유한다면 너무나 잔인합니다. 누군가를 죽여야 끝나는 세상, 하지만 예술가인 제가 어떻게 사람을 죽일 수 있나요? 그래서 저는 포켓볼 세상을 그립니다. 삼각 프레임 속 작은 공들이 자유롭게 흩어지지만 서로 만나 부딪히면서 우리는 서로를 알아갑니다.



오늘, 저는 여러분을 만났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공인가요? 1번은 노란 공, 2번은 파란 공, 3번은 빨간 공… 저는 초록 공이고 싶습니다. 세상에서 윤리적이고 인간적으로 살아가는 정직한 사람이지만, 과연 예술이 그렇게 정직해야 할까요? 


사람들이 원하는 건 자유로움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윤리와 도덕과 체면과 스스로의 부끄러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그 인간의 욕망, 자연과 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품은 사람이 되고자 했습니다.



초록공 (heart) _ Acrylic&ink on canvas _ 직경50cm _ 2023



그것이 사랑입니다. 아니 그것 정치일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저는 세상을 바꾸고 싶었으니깐요.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법적 보호 대상이 되지 못하는 자영 예술가로 살아갑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영업자로 살아가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데 예술가들은 더 많이 어렵습니다.


저는 예술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예술을 꿈꾸는 자여! 권력을 가지고서 작품 활동을 하라고요.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습니다. 왜 우리는 눈치를 보며 작품 활동을 해야 하나요? 


사람들이 제가 예술가라고 소개하며 궁금해하는 것이 있습니다.

당신은 생계를 어떻게 해결합니까? 


그런데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1번 공을 그리고 있거든요. 1번 공 노란 공, 포켓볼 1번 공은 노란 공이거든요.

노랑 하면 해바라기 아닌가요? 우리나라에서 해바라기 그림을 그리면 팔 수 있는 작가가 됩니다.

그러니까 저는 작품을 파는 작가인 거죠. 



1번 공(SUNFLOWER) _ 직경 76.2cm _ Acrylic&ink on canvas _ 2023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이 작품 몇 개를 팔았다고 해서 제가 진정 예술가로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여러분!

그것도 아닌 것 같더라고요. 저는 이 잘못된 예술 생태계를 바꾸고 싶었습니다.


1등 만을 위한 세상 누구를 위한 세상인가! 승자 독식의 세상은 또 누구를 위한 세상인가! 혹은 살아남는 자만을 위한 세상은 누구를 위한 세상인가? 정치인들이 이렇게 손모양을 하고 대중 앞에서 손을 잡으면서 악수를 나누면서 대중 앞에서 말할 권리를 갖습니다.


저는 예술가로서 대중 앞에서 말할 권리를 갖고 싶었음을 이 자리를 빌려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자신을 사랑하기에도 너무나 어려운 이 세상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 생존 욕구, 그리고 창작 욕구는 존중받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비록 이 작은 우산 속에서 저 자신을 지켜야 하지만 언젠가는 커다란 우산이 되어서 여러분과 함께 이 우산을 쓰고 싶습니다.


저는 오늘 초록공입니다.

포켓볼 공은 16개 공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오늘 초록 비누공을 16개를 준비해 왔습니다.

여기에 커플이 계신 두 분이 계신다면 저는 두 분의 그린라이트이고 싶습니다.

씻어도 씻어도 변하지 않는 제 마음을 담은 초록 비누공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커튼콜은 정해진대로 시작되고, 금요일 팀은 무대에 올라가서 많은 사람들의 플래쉬 소리를 들으면서 발소리에 맞춰서 인사했고 다함께 소리치면서, 박수쳤다. 환호 속에서 우리 무대는 빛나게 끝이 났다.


2024년 7월 19일, 연극을 마친 늦은 저녁, 난 쉽게 잠들 수 없었다. 열대야 속에서 더운 밤을 보내며, 올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작은아씨우산 _ 연희예술극장



정아씨 작가, 한평을 위한 모노드라마 기념 프로필



                    https://litt.ly/artist_junga_c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