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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씨작가 Sep 10. 2024

예술하는 습관은 어떻게 생겨나는 걸까요?

3번공은 빨강







아마도 내가 예술을 계속할 수 있었던 건, 전시 기회를 얻은 덕분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작업을 하며 영감이 끊이지 않고 솟아오르는 우물을 발견하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요즘 나는 마치 셜록 홈즈처럼 작업에 몰두하는 셜록 정아씨를 발견한다. 어떤 주제에 끌려 시작한 작업이 계속해서 연결되고, 그 과정에서 생각이 더욱 단단해지며 끊임없이 피어나는 느낌이랄까.



직경 76.2cm _ 당.구.공(3번공은 빌리어드집) _ Acrylic&ink on canvas _ 2023




정아씨 작가의 방 (#Artist junga c’ room) _ 130X97cm _ Acrylic & ink on canvas panel _ 2023  




내 작업이 변화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생각해 보면, 그것은 아마도 내가 크게 우울해졌을 때이거나 사랑에 빠졌을 때인 것 같다. 나는 그런 감정을 언제 다시 경험할 수 있을까? 낯선 환경 속에서 무엇을 사랑해야 할지, 사랑할 수 없는지, 아니면 그것을 혐오해야 할지 고민하던 순간, 나의 작업이 어느새 변하고 있음을 느끼곤 했다. 사람들은 내 작업을 오랫동안 감상하지 못할 테니, 이렇게 나는 글을 쓰고 있다.




어린 왕자의 바오밥나무를 떠올리면 사람들은 그저 그 나무에 한정된 생각만 하겠지만, 작가의 시선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단어에 갇힌 생각은 때론 두렵다. 하지만 작가는 그 단어를 자신의 기억과 상상으로 변형시켜, 전혀 다른 새로운 그림을 그려나간다. 그래서 우리는 단어에 갇히기보다는 자유롭게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믿는다. 언어도, 그림도 아닌 그 무언가로부터 스스로 자유롭게 해석하는 힘이다.




#Transformed 959 planet _ 91X91cm_ Acrylic & ink on canvas _ 2023


행성 G959_Zip_T1   60.6 x60.6  cm_ Mixed Media _ 2019



나는 바오밥나무가 계속 뿌리가 자라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 신비로웠다. 더 흥미로운 건, 뿌리처럼 보이는 것이 하늘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보통 나무의 몸통이 아래가 두껍고 위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것이 안정적으로 보이는데, 바오밥나무는 그 반대라 더 매력적이었다. 어쩌면 나무가 없다는 내 사주 속 '나무'가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나는 아파트 2층 집에 살고 있다, 창밖으로 매일 나무를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위안이 된다. 거실 앞에는 모과나무가, 입구에는 단풍나무가 있는데, 요즘 들어 단풍나무는 햇살을 받아 서서히 색이 변해가고 있다. 




예술하는 습관이란, 어쩌면 이렇게 일상에서 날씨를 느끼고, 다양한 감각을 깨닫는 것과 비슷할지 모른다. 혹은 세상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여정이 바로 예술이 아닐까?




가끔 사랑과 사랑니를 연관 지어 생각해 본다. 나는 늘 사랑니가 언제 날지 기다렸다. 마흔이 되어 궁금해서 치과에 가서 물어봤었지. "선생님, 아직도 사랑니가 안 나는 건... 이제 날 가능성이 없는 건가요?" 의사 선생님은 이렇게 대답했다. "이제까지 안 난 걸 보면, 아마 안 날 것 같아요."




마음의눈_31.8X31.8cm_Acrylic on canvas__2019



달콤한 방 _ 31.8X31.8cm_Mixed Media_2020



스무 살 이후로 나는 사랑니가 언제 나올지 혀로 만져보곤 했다. 거울 속에 입을 벌리고 사랑니가 나기를 기다리기도 했었지. 하지만 이제는 엑스레이로 확인된 바,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왜 사랑니를 그렇게 기다렸을까? 어금니의 개수를 세어봐도, 분명 사랑니는 아직 나지 않았다.




널 위한 방_31.8X31.8cm_Mixed Media_2020




어쩌면 나는 여전히 마음이 스무 살에 머물러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의 작가명은 ‘정아씨’이다. 언젠가 내게도 사랑니가 나올 날이 오겠지?





내 마음이 손톱만큼 자랐다 _ 90.9X72.7cm _ Acrylic and ink on canvas _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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