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미술시장
내 스카프가 골목 어귀에 감싸여 있었다. 낯선 저 스카프가 왜 저기에 걸려있는지?
속상한 감정이 문득 들었던 어젯밤, 내 감정은 이상했다.
그곳은 내가 자주 드나들던 갤러리 앞이었다. 한때 거대한 조형물들이 놓여 있던 장소, 우연히 길에서 아는 작가들과 만나 담소를 나누었다.
새로운 작가를 만나는 일도 어느새 익숙해져 가는 일 같다. 다른 작가들의 작품은 과연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걸까? 이 작업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면, 왜 나는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까? 혹시 내 안의 미적 감각이 오류가 난 것일까?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이젠 나조차도 작품의 결과를 확신할 수 없다는 사실을.
오늘 참여한 경매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자리였다. 작품이 소개될 때마다 약간의 긴장감이 흐르던 그 순간, 내 작업의 차례가 되자 심장이 두근거렸다. 패들을 든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뚜렷이 갈리는 그 순간의 풍경은 냉정하면서도 차갑게 다가왔다.
"결과는 과정이 아니다."
그 문장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낙찰이냐 유찰이냐. 경매장에서는 모든 것이 단순하고 명확했다. 이 작품이 돈이 되느냐, 아니냐. 이 냉정한 기준 앞에서 작가의 생존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내 작품이 유찰되지 않아야 했다.
경매가 끝난 후, 분위기는 긴장이 풀렸지만, 스산한 하루이다.
오늘의 감정 일기는 얼어붙었다. 겨울이 올 것 같은데 겨울이 아닌 가을인 요즘~
찬바람이 불것 같은데 가을비만 내렸던 오늘 밤하늘의 구름들은 자꾸만 모여들었다.
먹구름이 가득 낀 밤 하늘이 무심해보였다.
울컥~ 내게도 비가 내릴 것 같은 오늘도 참고 또 참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