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별자리
어젯밤, 나는 피투성이의 사람을 품에 안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두 사람이었다. 사고 현장이었고, 피비린내가 가득했다. 믿기 어려운 꿈이겠지만, 품에 안긴 사람이 나지막이 속삭였다. "사랑해." 순간, 현실이라면 도저히 맞지 않을 그 말이 머릿속을 혼란으로 뒤덮었다. 나는 숨 막히는 충격 속에서 꿈에서 깨어났다.
눈을 뜬 아침, 오늘은 중요한 날이었다. 작품을 전시하고 디스플레이를 마쳐야 했다. 하지만 밤새 꾼 꿈의 잔상에 사로잡혀 한숨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다행히 그 전날에는 조금이라도 눈을 붙였지만, 그마저도 이상한 꿈들이 내 잠을 휘감아갔다.
대학교 시절이 생각났다. ‘꿈과 영화’라는 수업에서 교수님은 말했다. 꿈을 기록하면 무의식에 숨은 트라우마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내 꿈들을 차곡차곡 글로 남기기 시작했다. 이제는 내 기록들이 내 깊숙한 두려움과 맞닥뜨리게 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페이지에 담고 있다.
사랑. 그것이야말로 내게 가장 두렵고, 가장 뜨거웠던 감정일지도 모른다. 혼란스럽고 격렬한, 쉽게 가라앉지 않는 감정. 그 속에서 나는 헤매고 있다.
피곤에 지쳐, 잠을 더 빨리 청해보려 영화 한 편을 틀었다. ‘그린랜드’. 재난 영화의 긴장감이 내 마음을 더 흔들어놓는 바람에, 잠은커녕 불안만 깊어졌다. 억지로 눈을 감아보았지만, 결국 남은 것은 작품 디스플레이에 대한 끝없는 고민뿐이었다.
하지만 막상 작품을 걸어보니, 어제의 계획대로는 안 됐어도 순간의 결정들이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 같았다. 생각보다 단순해 보였지만, 그 단순함이 결코 가볍지는 않았다.
별자리 이야기를 나누던 중, 문득 내가 속내를 털어놓았다. "나는 참 보수적인 사람인가 봐." 어쩌면 그 말 속엔, 내가 여전히 감정의 어두운 구석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고백이 숨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