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아씨작가 Oct 19. 2024

꿈 그리고 첨밀밀

사랑이란 감정

요즘 커피를 끊었다는 말을 자주 한다. 불면증이 사라진 것 같다는 순간들이 찾아와서다. 그래도 잠들기 직전까지는 여전히 걱정이 앞선다. '혹시 오늘도 뜬눈으로 밤을 새우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스쳐가지만, 신기하게도 잠에 빠져든다. 마치 수면 내시경을 받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깊은 잠에 빠졌다가 깨어나듯이, 나도 모르게 잠이 찾아온다. 


그런데 며칠 전 꿈속에서 오랜만에 낯선 감정과 마주쳤다. ‘아, 이 불편한 느낌!’ 단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그 감정이 꿈속에 나타난 것이다. 내가 늘 저녁을 함께 먹는 사람과 오래전 알던 사람, 그 둘과 셋이서 점심을 먹고 있었는데, 그 시간이 무척 불편했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저 꿈속에서 그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마주 앉은 사람의 배를 찌르는 꿈을 꾸었다. 깨어나자마자 그 사람이 떠올랐다. 예전에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했던 행동이었다. 어색하고 어리석은 기억이 불쑥 꿈속에서 튀어나왔다.


왜 그 불편한 감정을 다시 떠올리게 된 걸까? 꿈이란 이해할 수 없다.


이번 주엔 내 딸이 내게 묻는다. “엄마, 기쁨이 가장 좋은 감정이 아니고, 사랑이 가장 좋은 감정이래.” 딸의 순수한 질문에 나도 한참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이렇게 대답했다. "기쁨은 하나지만, 사랑은 여러 감정을 가르쳐 주지. 슬프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고, 기뻐지기도 하고, 즐겁기도 한 그런 것들 말이야. 사랑이란 그런 복잡한 감정들이 섞여 있어." 그러면서 그 모든 기억들이 나에게 감정이란 언어로 남았다고 이야기했다. 그 감정들 덕에 수많은 노래 가사와 소설, 영화들이 만들어졌고, 나 역시 그 감정에 녹아든 언어들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되었다.


오늘은 유튜브에서 갑자기 '첨밀밀' 영화가 추천으로 떴다. 어릴 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그저 막연한 사랑 이야기로만 느꼈었다. 불륜 영화라는 것을 알고 봤다면 어땠을까? 어릴 적에는 그저 상대가 왜 사랑에 빠지게 되는지, 그런 것들만 봤던 것 같다. 홍콩의 느와르적인 분위기, 사라졌다는 그 문화를 나는 경험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홍콩을 직접 방문했을 때 느꼈던 거리의 모습과 트램, 소호 거리의 좁은 골목들이 떠오른다.


오늘 밤엔 그 영화를 다시 보고, 그때와는 다른 감정으로 잠들어 보려 한다.

그 감정의 선이 뭐였더라...


잘자!

이전 05화 MBTI 그리고 열 여섯개의 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