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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씨작가 Oct 05. 2024

불면증엔 수영이지.

다시 시작된 두려움

아로마 향이 은은히 퍼지는 방 안에서 몸을 맡기고 있자니, 에스테틱의 편안함 때문일까. 어제는 쉬는 날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낮부터 나른한 피로가 밀려왔다. 그 피로가 또다시 불면증으로 이어질까 두려웠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나는 최근에 수영을 다시 시작했으니까.


그때도 그랬다. 불면증에 시달리던 내가 처음으로 배운 운동이 수영이었다. 물속에 몸을 담그면, 다른 운동과는 달리 내 몸에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도 그 감각을 되찾고 싶어서 다시 시작했다. 선생님은 내 자세를 보자마자 말했다. "팔 돌리는 것부터 다시 연습해요." 시간이 많이 흐른 탓일까, 나는 어느새 가장 뒷줄로 밀려 있었다.




널 위한 잔



하지만 낮 시간에 수영을 하니, 몸이 가뿐해졌다. 어린 시절, 가장 마지막 타임에 수업을 들으며 물살을 가르던 내가, 이제는 한낮에 물속을 누비고 있다니. 직장 생활과 자영업자의 삶을 거쳐 프리랜서로 지내면서 내 시간이 이렇게 바뀔 줄은 몰랐다. 직장에서 벗어나고 나서야, 비로소 나를 위한 시간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며칠 전, 작가들과 컬렉터들이 모인 파티에 갔을 때, 옆에 앉은 작가님들이 하나같이 운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한 분은 요가 선생님을 겸업하고 있고, 또 다른 분은 러닝 팀을 함께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미뤄두었던 운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동안 작업실로 향하는 길이 나의 유일한 운동이었지만, 이제는 제대로 된 루틴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널 위한 모래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오후. 수영장으로 가는 길은 딱 걷기 좋은 거리가 된다. 그렇게 나에게는 매주 두 시간의 운동 시간이 생겼다. 오늘도 오랜만에 수영을 마치고 나니, 몸이 가벼워졌고, 잠도 더 잘 올 것 같다. 불면증이 두려운 나에게 이제는 조금 더 평온한 밤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오래도록 작업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널 위한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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