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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경 Aug 14. 2022

기다려주는 건 아이

우주의 여름방학을 기점으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습관이 굳어져 버렸다. 거기엔 요즘 잠시 한가해진 남편이 아침마다 우주를 유치원에 태워다 주는 것도  몫했다. 유치원 버스 시간에 안 맞춰도 되니 서두를 필요가 없어진 거다.

지난밤엔 남편과 새벽까지 드라마를 보다 잤는데

아침에 결국 셋 다 완벽한 늦잠을 자고 말았다. 남편은 오전에 일정이 있어 서둘러 나가야 한다고 하는데 유치원 버스 시간을 맞추긴 쉽지 않아 보였다.


“우주야, 아빠 차 타고 가려면 엄청 서둘러야 해. 안 그러면 유치원 버스 타야 하는데 그럼 지금 바로 씻고 나가야 하고. 어떡할래?”


우주는 아침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혼자서 양치를 하고 옷을 입고 가방을 챙겼다. 서둘러야 한단 우리말에 후다닥 뛰어가더니 혼자서 준비를 마친 거다. 문제는 우리였다.

우주는 나갈 준비를  마쳤는데 오히려 나와 남편은 준비를 끝내지 못했다. 설거지, 건조기 돌리기, 고양이  갈아주기  자잘한 일들을 하다 보니 정작 나는 양치도 하지 못했고 남편도 함께 분주했다. 우주는 우리가 남은 준비를 마치는 동안 가만히 해먹에 누워 몸을 흔들거리며 우리를 기다렸다. 우리를 다그치지도, 비난하지도 않고 가만히 기다렸다.


우리 엄마는 잔소리가 많고, 우리 엄마는 늦었다고  화내고, 우리 엄마는 주름도 많고 못생겼어요.”


간밤에 우주가 아기였을 때 남편과 우주 주제가처럼 개사하여 불렀던 노래를 우주에게 들려줬더니 우주가 즉석에서 또 개사를 해서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 요지는 엄마는 잔소리도 많고, 화도 잘 낸다는 거다. 요즘 사랑한다고 하면 안 사랑한다고 하고, 우주가 예쁘다고 하면 엄마는 안 예쁘다고 말하는 아이의 거꾸로 장난이라는 걸 알면서도 마음이 쓰라렸다.


하지만 아이 말이 맞다. 나는 알아서 두면 스스로 할 아이 뒤통수에 늘 잔소리를 퍼붓고, 느리지만 열심히 준비하는 아이에게 ‘늦었다’는 말을 수십 번 하며 아이를 재촉하고 화를 냈다. 뭐, 주름도 팩트니 할 말 없다.


그런 나를 묵묵히 기다려주는 건 늘 아이였던 것 같다. 아이더러 빨리 하라고 재촉해놓고 정작 준비하는 데 더 오래 걸리는 엄마를 기다려주는 것도, 좋은 어른이 되기에 아직도 한참이나 부족해 늘 실수하고 후회하고 반성하는 엄마가 성숙하길 기다려주는 것도 다 아이다. 그러고 보니 아이는 갓난아기 때 아이의 울음이 어떤 신호인지 몰라 헤매며 우왕좌왕할 때부터 나를 기다려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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