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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석주 변호사 Dec 24. 2019

가계약금 이체 후 매매계약이 파기된 경우 해결방법은?

가계약금의 법리와 가계약금 분쟁의 해결방법







1. 부동산 매매계약과 관련하여 많이 일어나는 분쟁의 유형 중에 하나가 바로 가계약금 분쟁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기 전에 공인중개사들의 요청이나 본인의 요구로 매도인의 계좌를 받아 가계약금 조로 계약금 중 일부를 보내곤 합니다. 그런데 가계약금을 보내고 난 후 매도인이나 매수인 측에서 변심한 경우 가계약금을 반환해야 하는지, 매매계약이 해제될 수 있는지 여부를 두고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심각한 다툼이 발생합니다.





2. 이와 같이 가계약과 관련된 분쟁이 심하고 매도인과 매수인들이 가계약금과 관련하여 혼동을 일으기는 이유는 결국 가계약금은 일반 계약의 법리로 규율되기 어려운데다가 대법원에서 가계약금에 관하여 법리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바가 없는 불분명한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3. 본론으로 들어가서 가계약금 분쟁과 관련하여 가장 먼저 정리되어야 할 것은 가계약금 교부 전에 매매계약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정해졌는지 여부입니다. 만약 매매계약이 구체적으로 정해지거나 계약서가 작성되고 계약금 중 일부로 가계약금이 교부된 것이라면 매도인과 매수인은 가계약금의 상환, 가계약금의 포기 등 만으로 매매계약이 해제되었음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즉 매매계약서의 작성 또는 매매계약의 성립이 인정된다면 매도인과 매수인은 매매계약에서 정한 (가계약금이 아닌)계약금의 배액을 제공하거나 (가계약금이 아닌) 계약금을 포기한 경우에만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4다231378판결)





4. 매매계약이 성립요건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습니다.



계약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을 것이 요구되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당해 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모든 사항에 관하여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나 그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는 있어야 한다. 한편, 매매계약은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으로 매도인이 재산권을 이전하는 것과 매수인이 그 대가로서 금원을 지급하는 것에 관하여 쌍방 당사자의 합의가 이루어짐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다. 비록 이 사건 가계약서에 잔금 지급시기가 기재되지 않았고 후에 그 정식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위 가계약서 작성 당시 매매계약의 중요 사항인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 등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방법에 관한 합의가 있었으므로 원·피고 사이에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은 성립되었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5다39594판결)



결국 대법원은 가계약 당시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방법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면 매매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다만 매매계약이 성립되었는지 여부는 단순히 매매대금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방법에 관한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만으로 판단되는 것은 아니고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5. 위에서 언급한 기준에 따라 매매계약의 성립이 인정되지 않는 상태에서 가계약금만이 교부된 경우의 법리에 관하여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입장을 밝힌 판결은 아직 없습니다. 다만 하급심에서는 가계약금을 교부한 매수인이 가계약금의 반환을 구한 사건에서 가계약금의 반환을 인정한 판결도 있고 가계약금의 반환을 부정한 판결도 있습니다.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2012가소9943판결에서는 매수인의 가계약금 반환을 인정하였으며 대구지방법원 2018가소21928판결에서는 매수인의 가계약금 반환을 부정한 것입니다.






6. 위 판결에서 가계약금 반환에 관한 결론이 달라진 것은 계약이 파기된 귀책사유가 누구에게 있는지 여부에 따른 것으로 보여집니다. 매매계약이 파기된 책임이 불분명한 경우라면 매도인은 가계약금을 매수인에게 반환해야 하지만 매매계약이 파기된 책임이 매수인에게 있는 경우라면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가계약금의 반환을 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7. 특히 대구지방법원 2018가소21928판결은 가계약금에 있어서도 계약금의 법리와 동일하게 매도인은 계약금의 가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나서야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매수인은 가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포기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한 점에서 눈여겨 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8. 지금까지 가계약금과 관련된 대법원과 하급심의 법리를 소개해 보았습니다. 결국 명시적인 매매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가계약금 교부는 근본적인 분쟁의 원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매도인과 매수인이 골치 아픈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미리 막기 위해서는 논쟁이 될 수밖에 없는 가계약금 교부가 아니라 먼저 매매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좋고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기 전에 가계약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이체하거나 지급받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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