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을 좋아하는 이유
요즘에는 종종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법원 구내식당을 찾는다. 구내식당을 갈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급식은 특별한 것이 없음에도 항상 먹고나면 만족하게 되는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다. 물론 가격대 가성비가 좋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성비를 따지면 김밥나라에 가서 김밥과 라면을 먹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심을 혼자 먹을 일이 있으면 거의 열번 중 6번 꼴로 구내식당을 찾게 된다. 요행히 점심시간에 맞춰 다른 법원이나 검찰청 또는 공공기관을 방문할 일이 있으면 굳이 구내식당을 찾아 점심을 해결한다.
구내식당에 들어서면 일단 식권을 구매하고 식판에 선호하는 반찬을 원하는 만큼 퍼다 먹을 수 있다.(물론 싫어하는 반찬은 과감히 담지 않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메인 반찬의 경우 직원분이 일정한 양을 나눠주는 경우도 많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이정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식판의 원하는 위치에 밥과 반찬을 담아 선호하는 자리(주로 창가 자리)에 앉아 밥을 먹다보면 식사 중에도 이런 저런 생각에 빠진다. 오후에 해야할 일이라던지 머릿 속으로 정리해야 할 문제의 경우 밥을 먹으면서 머리를 굴려본다. 또 급한 일이 있으면 신속히 밥만 먹고 빨리 사무실로 복귀해 일을 처리할 수 있다. 주로 구내식당에서는 혼자 밥을 먹기 때문에 밥을 늦게 먹는 사람을 기다리거나 원치않게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는 일은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다.
학창시절부터 나는 급식을 좋아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어릴 때는 새로 각 지은 밥과 반찬을 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급식을 도시락보다 더 선호했었다. 그런데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온 이후에도 나의 급식사랑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바로 누구의 눈치도 보지않고 혼자 자유롭게 식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급식보다 맛있는 음식은 주변에 훨씬 많다. 급식으로 나오는 밥과 반찬의 맛이 다른 곳보다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식사의 질은 항상 음식의 맛만으로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식당에서의 식사는 맛 뿐 아니라 그 분위기로 충분히 만족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 점에서 급식은 자유롭게 밥을 먹고 일어날 수 있다는 크나큰 장점을 가진다.
이렇게 구내식당에서 급식을 먹는 것을 선호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는 섣불리 급식을 좋아한다거나 밥을 먹으러 구내식당에 가자는 말을 하기가 힘들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급식이랄 것이 부끄러운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다른 사람을 만날때는 급식 먹자는 말을 하는 데 주저하게 된다. 나의 소중한 즐거움을 들키는 느낌마저 든다. 평소에도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은 후 누가 볼까 신속하고 조용히 나가고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으로 복귀한다. 혼자 조용히 급식을 먹고 혼자 조그마한 기쁨을 누리는 것으로 족한다. 나이가 먹더라도 나의 급식사랑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2020. 1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