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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석주 변호사 Nov 10. 2020

조정과 화해

법원 조정절차의 현실


1. 조정사건의 증가


최근들어 부쩍 조정이 많다. 코로나 이후 민사재판의 경우 조정절차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재판들이 지연되면서 법원에서는 기일이 열리지 않고 사건들이 시작도 하지 못하고 쌓여가고 있다. 이미 법원에 접수된 사건을 마냥 지연시키는 것도 적절치 않아 보였는지 상당수의 재판부가 정식재판이 열리기 전 조정절차에 회부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도 역시 오전 내내 조정절차를 진행했다. 




2. 민사조정절차란?


민사조정절차란 쌍방간의 화해를 위해 서로 조금씩 양보하여 절충적인 입장에서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발생시키는 절차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조정은 법리적인 다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어느 부분을 양보할 수 있는지 탐색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렇기 때문에 민사조정절차는 일반 재판절차와는 좀 다르다. 일반 재판절차는 5~10분이면 종료되고 실제 변호사나 판사가 말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그에 반해 조정절차에서는 쌍방간 많은 말들이 오고간다. 대부분 쌍방의 감정이 심히 대립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거친 언사들이 오고가는 경우도 많다. 조정위원들도 조정절차에서 당사자들의 말을 많이 들어주려고 노력한다.




3. 조정절차에 임하는 자세


조정절차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당사자를 제외하고는 조정위원과 변호사가 있다. 조정위원은 일반적으로 퇴직한 판사나 현직 변호사들이 주로 맡는다. 어느 집단에서나 마찬가지이지만 조정위원과 변호사들도 조정에 임하는 자세가 천차만별이다. 어떤 변호사는 조정절차에서 사건 파악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조정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낼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다. 반면 다른 변호사는 조정 전 의뢰인의 입장에서 최선의 조정방안을 마련하여 조정에 임한다.


 어떤 변호사도 모두 승소가능성이 높은 사건만 맡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때에 따라서는 조정절차를 통해 상대방과 합의를 하는 것이 의뢰인의 이익에 휠씬 부합하는 사건들이 있다. 그럼에도 조정절차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는 변호사는 조정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검토하지도 않은 채 막연히 조정절차를 종결시킨다. 결국 그에 따른 피해는 의뢰인에게 갈 수밖에 없다.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조정위원들이 조정에 임하는 자세도 천차만별이다. 조정위원은 조정성립건수가 자신의 평정고과에 반영된다. 따라서 조정을 많이 성립시킬 수록 조정위원에게는 그만큼 이득이다. 이 때문에 쌍방간의 진정한 화해나 공평한 판단은 제처두고 오로지 조정성립이라는 목적만을 위해 기계적으로 조정을 강요하는 조정위원이 있다. 개중에는 아무런 고민없이 쌍방간의 청구 금액에서 절반 정도에서 대충 조정결정을 내리는 조정위원들도 있다. 


반면에 당사자들의 말을 충분히 경청하고 당사자의 마음도 어루만지면서 어떤 것이 쌍방 간의 적절한 형평의 지점인가를 고민하는 위원들도 많다. 이러한 조정위원을 만나면 조정이 성립되지 않더라도 그 정성과 노력에 감복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조정실에서 나갈 수 있다. 




4. 진정한 조정의 의미 


물론 대부분 조정의 결론은 쌍방이 원하는 부분에서의 중간 정도인 경우가 많다. 어차피 조정이라는 절차의 종착점이 기계적인 중간이라면 조정에 이르는 절차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조정절차의 목적이 당사자간의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함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에 임하는 자세 역시 재판절차와 달라야 한다고 본다. 조정제도가 쌍방간의 진정한 화해을 이루고 다친 마음을 치유할 수도 있다는 점을 조정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공유하고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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