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동산 사기꾼
일의 특성상 각종 사기꾼들을 많이 만납니다. 형사나 민사사건의 상대방으로 만나기도 하고 사건을 의뢰한 의뢰인으로 만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대체로 사기꾼들은 뻔뻔합니다. 거짓말도 아주 능수능란합니다. 허황되고 실현가능성 없는 얘기로 설득하나 그 알맹이는 없습니다.
부동산 분쟁 업무를 주로 수행하다 보니 특히 부동산 사기꾼들을 만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획부동산업자나 분양 사기꾼들이 대부분입니다. 기획부동산은 쓸모없는 땅의 지분을 파는 방식이 전형적입니다.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접근한 후 저렴한 토지를 사면 시세차익을 보장해 주겠다고 접근합니다. 그러나 실제 매수하는 토지는 특정 필지가 아니며 넓은 토지나 임야의 일부 지분입니다. 일부 지분권자는 혼자서는 토지의 사용이나 수익이 불가능하므로 아무런 실익이 없습니다. 쓸모가 없으니 지분 처분도 거의 불가능합니다. 토지를 비싸게 팔아먹은 뒤에는 연락이 두절됩니다.
반면 분양 사기꾼들은 분양가를 시세보다 과도하게 부풀립니다. 마치 분양만 받으면 평생 임대수익을 받으면서 편하게 살 수 있을 것처럼 장밋빛 미래를 설명합니다. 그러나 실상은 장기간 미분양된 상가입니다. 아무도 상가에 들어오려고 하지 않고 상권도 이미 죽어 있습니다. 몇 억씩 투자하여 분양받은 상가는 결국 애물단지로 전락하게 됩니다.
2. 사기꾼들의 거짓말
사기꾼들이 사기죄로 형사재판을 받거나 민사재판을 받다보면 주로 변명하는 레파토리들이 정해져 있습니다. 수 십 건의 부동산 사기 사건을 수행하다보니 사기꾼들 거짓말의 진의를 대략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교도소 나가면 다 갚을게”(교도소만 나가면 도망갈 수 있을텐데)
“내가 당장 돌려줄 돈은 있어, 지금 교도소에 있어서 돈을 빼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돌려줄 돈이 없어서 못 나가고 있는 게 한탄스럽다.)
“내가 돈 받을 당시에는 충분한 능력이 있었다.”(내가 돈 받을 당시에는 충분히 사기 칠 능력이 있었다)
3. 안쓰러운(?) 사기 가해자
그런데 간혹 사기 가해자이지만 처지가 딱한 경우가 있습니다.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을 때 사기꾼이 접근하여 소액의 수수료로 유혹하여 범행에 가담하게 된 경우입니다.
최근 사기죄로 구치소에 수감 중인 A를 변호하게 되었습니다. A는 불치병에 걸린 아들을 홀로 간병하며 일용직을 하는 아버지였습니다. A는 아들의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사기꾼이 접근하여 명의만 빌려주면 수수료 300만 원을 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당장 치료비가 급했던 아버지는 명의를 빌려주었습니다. 사기꾼은 아버지 명의로 임차인이 있는 부동산을 매수한 후 마치 임차인이 없는 것처럼 허위 서류를 만들어 피해자 B에게 담보를 설정해 주고 돈을 빌립니다. 사기꾼은 당연히 돈을 갚지 않은 채 잠적하고 돈을 빌려준 피해자 B는 담보 설정된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지만 임차인이 있어 실제도 빌려준 돈을 전혀 회수하지 못합니다.
4. 100만 원 때문에 합의 결렬
피해자 B는 사기죄로 A를 고소하고 결국 A는 구속됩니다. 사기를 인정하는 경우 집행유예를 받는 방법은 피해자와의 합의밖에 없습니다. 사기의 가해자 A는 사기피해금액을 돌려준 형편이 안 됩니다. 사기 피해자 B 역시 넉넉한 형편이 아닙니다. 피해자 B는 얼마 되지 않는 이자라도 받을 생각으로 청소 일을 하면서 한 푼 두 푼 모은 돈을 날리게 된 것입니다.
형편이 어려운 사기 가해자와 피해자와의 합의는 100~200만 원의 싸움이 됩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이지만 서로는 상대방의 딱한 처지를 공감하고 안타까워합니다. 그러나 합의금은 현실입니다. 가해자, 피해자에게 모두에게 합의금은 생활비이며 빚입니다. 결국 100만 원의 차이를 좁히지 못해 합의가 결렬되기도 합니다.
사기 사건은 합의가 되지 않으면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가해자 A는 징역을 살고 피해자 B는 피해금을 변제받지 못하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사기사건을 할 때마다 저소득층의 사기 사건을 다루다 보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 안전장치 확보가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