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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석주 변호사 Aug 31. 2017

[감상평] 늑대아이

가장 바람직한 선택에 대해

                

나는 이과 학생이었다. 중학교때부터 고등학교때까지 단 한번도 내가  문과를 갈 것이라고 심지어는 법학을 공부하게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내가 스스로 이과를 가야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여겼으나 나중에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것은 어릴때부터 부모님의 일종의 세뇌(?)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항상 문과를 가면 직업을 구하기 마땅치 않고 나중에 회사에 들어가서도 짤릴 걱정을 하게 된다고 하며 이과로 가기를 원하셨다. 순종적이었던 나는 큰 반항 없이 아버지의 뜻에 따라 고등학교에서 이과로 진학하게 되었다. 

이과가 나랑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은 아마 고2때 쯤이었던 것 같다. 대부분의 수업이 수학과 과학으로 채워지면서 학교에서의 공부에 도저히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숫자와 화학식 보다는 문자와 책을 읽을 것이 좋았다. 점점 문과가 내 적성에 맞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당시의 나는 이과에서 문과로 전과를 할만한 배짱과 용기가 없었다. 결국 꾸역꾸역 이과의 공부를 이어나갔지만 결국 입시에 실패하였고 재수를 하게 되었다.

재수생 때도 역시 이과를 선택하여 수능을 보았고 결국 원하는 점수를 얻지 못했다. 그 때 나는 무슨 생각을 해서인지(어디에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과(자연계) 수능을 본 후 뜬금없이(?) 법대로 진학하였다. 당시에 내가 무슨 법대로 가서 사법시험을 보겠다느니 법조인이 되어 보겠다느니 하는 거창한 꿈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일단 내 마음이 그쪽으로 향하였다. 두려움과 걱정이 당시의 선택에 크게 영향을 주지 못했다. 문과로 전과한 이후 항상 그때의 내 결정에 만족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적어도 누구를 원망하거나 인생을 불평하지는 않았다. 오로지 내 결정이었기 때문이었다.

출처-네이버 영화정보



지난 밤에 '늑대아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며 나는 과거의 내 선택의 순간이 문득 떠올랐다. 물론 늑대아이라는 영화는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 늑대인간의 고난 등의 여러가지 이야기를 다양하게 풀어나간다. 하지만 나에게 늑대아이라는 영화는 인생의 선택에 있어 우리가 가져야할 태도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늑대아이인 유키와 아메는 말그대로 늑대이기도 하고 인간이기도 하다. 그들은 점점 커가면서 끊임없이 본인들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는다. 그러한 와중에  그들은 각각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늑대의 삶 또는 인간의 삶을 선택한다. 유키와 아메의 엄마인 하나는 선택을 되돌리기 위해 설득하지만 결국 그들은 각자 그들의 선택한 삶을 향해 나아간다. 늑대아이들의 선택 이후의 삶에 대해 영화는 자세히 풀어내지 않는다. 분명 그들은 수없이 그들의 선택을 후회하는 순간들을 겪을 것이다. 인간으로 살면서도 늑대로서의 습성을 끊임없이 감춰야 하고 늑대로 살면서도 매일매일  인간으로서 누리는 생존 자체의 안전를 누리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 선택은 본인이 한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누구를 원망하거나 내가 선택하지 않는 삶에 대한 미련을 갖지는 못할 것이다. 결국 누가 뭐라고 하던 선택은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일본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편이다. 세밀하지는 않지만 그들 특유의 상상력과 치밀한 이야기구조에 항상 몰입된다.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는 거의 빼놓지 않고 보았다. 늑대아이를 보고 한참동안 헤어나오지 못하면서 인터넷에 늑대아이를 검색해보니 역시 호평일색이었다. 이동진 평론가도  별 다섯개를 주면서 이 영화를 '미야자키 하야오 이후는 확실히 호소다 마모루'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영화를 볼지 말지에 대한 선택 역시 본인이 하고싶은 대로 해야 하지만 이번만큼은 웬만하면 제말을 들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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