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이상 달리면 오히려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듯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런 리듬감 있고 경쾌한 느낌을 러너스하이(runners’ high)라 한다. 수영을 할 때 역시 20분 이상 천천히 워밍업을 하고 나면 물에 대한 저항이 확연히 줄어드는 느낌이 든다. 여기에 심박수를 높여주는 강도 높은 인터벌 트레이닝으로 몸이 후끈해질 정도의 훈련 후 다시 저강도로 낮추면 물이 어깨와 팔에 촤악 감기는 느낌을 느낄 수 있는데, 마치 내 의지대로 물이 컨트롤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스위머스하이(swimmer's high)를 경험하게 된다. 그나저나 글을 일정하게 쓰다가 불쑥 환희나 내적 충만을 느끼게 된다는 이숲오작가님의 라이터스하이(writer's high)는 언제쯤 느껴 볼 수 있으려나...
경지에 오른 사람은 초보자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다. 그들은 단순하고 명확하고 자신이 하는 퍼포먼스 그 자체기 때문이다. 네이선 첸을 처음 보게 된 것은 2022년 베이징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 중계 영상에서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중압감을 넘어서고 자신만의새로운 경지를 보여준 네이선 첸의 피겨스케이팅은 그야말로 예술이었다.그동안 피땀 흘려 훈련한 기술을 무대에서 완성 한 그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 새처럼 자유롭게 날아다녔다. 그날 자신의최고 기록을 경신하진 못했지만, 일말의 후회도 없는 듯 보이는 그의 모습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장면은 내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네이선 첸 (Nathan Chen) 피겨스케이팅선수
자신의 분야에서 진정으로 즐길 수 있으려면 먼저 실력을 갖추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누가 몰라서 안 하는가? 그 실력을 갖추기까지 투입되는 노력과 인내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제 아무리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라 하더라도, 지속하지 못하고 끓는점 전에 포기하게 되면 결심은 엎어지게 된다. 내공을 쌓을 기회조차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나는 하면 된다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노력 자체가 안 되는 것들이 있다. 공부가 재능이 아닌데 높은 목표를 정하고 재수를 반복하는 것에 반대한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 또 한 그렇다 마음먹는다고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분야든 탁월해지기 위해서는 인내하며 버텨 낼 수 있는 내적 동기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지금 하는 일에 몰입하고 인내하게 만드는 나만의 동기는 무엇일까? 내 경우에는 이미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기질과 성향이 큰 작용을 하는 듯하다. 가슴이 뛰고, 진절머리 나도 계속하게 되고, 더 잘하고 싶은 분야를 나 스스로 선택했기 때문에 다른 핑계를 댈 수가 없다.
또 한 가지는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누구인가? 지금 누구와 함께 협업하는가가 내적 동기를 매우 자극한다.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사람이나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일할 때면 내 능력치 보다 더 큰 일들을 해낼 수 있었었다. 아무나와 일하면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그러니 배울 것이 있는 사람과 일하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저버려서는 안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