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도 브라자는 합니다만

by 완완

우리 할머니는 90살이 넘었다.

아빠 돌아가시고 나서는 할머니 얼굴만 봐도 목구멍에서 뜨거운 것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할머니 얼굴에는 아빠가 있었고, 할머니 집에 가는 게 한동안 고역이었다.

그 이후에는 아이 키우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가지 못했다.


할머니가 새로 산 스마트폰 버튼을 잘못 눌러 나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그 길로 며칠 뒤에 마땅찮은 운전실력으로 한참이나 걸려 할머니 집에 갔다.

할머니가 보고 싶어서라기보다 내 마음에 있는 짐을 털어내기 위해 홀로 할머니 집에 갔다.


가서 잠시도 쉬지 않고 주방을 정리하고, 자리만 차지하는 물건을 대 여섯 보따리 버렸다.

화장실을 청소하고 음식도 몇 가지 만들었다.

몸이 잠시도 쉬지 않고 집안일을 하니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졌다.

내친김에 할머니랑 대중목욕탕에도 갔다.

몸을 이곳저곳 닦아드리고 같이 탕에도 들어갔다.


할머니 젖가슴을 물끄러미 보다가 말했다.

우리 할머니 가슴이 엄청 크네?! 나보다 큰데??

할머니가 소리 내 웃는다.


젖은 몸을 수건으로 닦아드렸다. 내 몸에 있는 물도 대충 닦고 속옷을 입는데 할머니가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니도 브라자를 하나?!

약간의 수치스러움과 동시에 웃겨 죽을 뻔했다.

작아도! 브라자는 한다고 말하고 흡족하게 목욕탕을 빠져나왔다.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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