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마리아인법
오 마이 갓! 오 마이 갓... 신을 모르는 내가 연신 신을 찾고 있었다.
입속에 들어 있는 돈가스를 미처 삼키지도 못한 채 할머니의 가슴을 양손으로 압박했다.
7월 초에 있었던 일이다. 달서구 아카데미 운영이 끝난 뒤에 20대 초반 인턴 직원인 현우님과 함께 진천역 뜨돈에 돈가스를 먹으러 갔다. 음식이 나오고 겨우 두 세 조각 먹었을 즈음이었다. 내가 앉은 테이블과 프런트 사이에 3m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서 할머니 두 분이 팔짱을 끼고 지나가던 중 아차 하는 순간에 한 분이 바닥으로 내동댕이 치듯 쓰러졌다. 놀라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고 나뿐만 아니라 주위에 있던 사람들 모두 마치 순간 정지 하듯 5초 정도 멈춰있었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앉아 있었지만 매장 매니저도 가까이에 있고 해서 잠시 지켜보았지만 아무도 섣불리 다가서지 않았다.
그 순간 나지막이 한숨을 내뱉으며 일어나 쓰러져 있는 할머니에게 다가갔다. 할머니는 얼굴을 바닥에 댄 채로 쓰러져 있었는데 어떤 미동도 느낄 수 없었다. 할머니 곁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몸을 만져보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엎드려 있는 얼굴이 보이도록 몸을 겨우 돌려 눕혔다. 아뿔싸 넘어지며 턱을 바닥에 찧은 것인지 턱이 찢어진 듯한 상처가 보이고 머리가 있던 바닥에 붉은 피가 흥건했다. 하... 심장이 곤두박질치고 손이 떨려왔다. 가슴팍에 손을 올려봤다. 할머니! 할머니? 불러도 미동이 없다. 심폐소생술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나는 전문가도 아니고 제대도 심폐소생술을 할 줄도 모르지만 몸이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주변에서 119에 신고 전화를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아득했다. 인턴 직원 현우님이 안절부절못하며 곁을 지켰다.
내가 시작을 하면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누군가가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몰랐다. 2분여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양손을 깍지 끼고 가슴을 압박했다. 3분이 채 되지 않을 그 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다. 119 오고 있나요? 묻고 싶은데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입속에 들어 있는 돈가스를 미처 삼키지도 못한 채 울먹이며 할머니의 가슴을 양손으로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할머니의 표정이 움직이면서 드디어 의식이 돌아왔다.
하...! 그제야 나도 다시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주변에 있는 나머지 사람에게 바통을 넘기듯 뒤로 털썩 주저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6~7분 여만에 119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그때 할머니의 지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식사 중에 어지럽고 답답함을 호소해서 부축해 화장실로 가는 중에 일이 벌어진 거다. 구급대원들에게 나도 내가 본 상황을 간략히 설명했다. 할머니가 구급차로 옮겨갈 때 할머니 친구분 두 분이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너무 놀라 더 이상 밥이 잘 넘어가지 않았고 우리는 서둘러 식당을 빠져나왔다. 스타벅스로 자리를 옮겨 현우님과 이런 일도 있구나 놀란 심정을 나누었다. 늦지 않게 울산으로 돌아와야 했기에 아쉬운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운전해서 돌아오는 길에 생각이 복잡했다. 과연 그 할머니는 정말 심정지 상태였을까? 아니면 뇌전증 같은 질병 때문에 의식을 잃고 쓰러진 걸까? 내가 선의로 한 행동이 할머니에게 도움이 되었을까? 되려 몸에 무리를 준 것을 아닐까? 그 상태로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면 나는 어땠을까? 꼬리를 무는 생각에 더 마음이 산란했다.
이번 일을 경험하면서 나는 이성보다 본능으로 먼저 몸이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사람은 크게 놀라거나 당황하면 그대로 경직될 수 있다는 것과, 자신에게 불이익이 생길 수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압도되면 위험에 처한 상대를 도와줄 수 없게 된다는 것도 알았다.
성경에 '착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강도를 만나 쓰러진 사람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그냥 지나쳤지만 사마리아인만이 그를 돕고 보살펴 주었다는 일화에서 착안한 법이다.
위급한 상황에 처한 사람을 보고도 귀찮은 일에 휘말릴까 봐 혹은 나서기 싫어서 같이 냉소적인 태도를 취하다가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외면하면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경우도 있다. 도덕적인 책임감을 법적으로 강제해서 더 많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 바로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다.
위험에 빠진 사람을 도와주어서 생기는 문제보다 도와주지 않았을 때 더 큰 문제가 생긴다. 그러니 먼저 도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