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집행동, 왜 무리 지어 움직이는가?

[조직행동 5] Herd Behavior

by witsfinder

가젤은 초원에 사는 초식동물이다. 수백 마리가 무리지어 평화롭게 거닐고 있다. 표범 한 마리가 바짝 몸을 낮추고 살금살금 다가와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러다 낌새를 알아챈 가젤 한두 마리가 펄쩍 뛰더니 내달리기 시작한다.


무리의 중앙과 반대편에 있던 가젤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모른다. 그렇지만 무조건 같은 방향으로 뛰어간다. 무리에서 벗어나려는 가젤은 없다. 벗어나면 우선적인 사냥 목표가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무리와 다른 방향으로 뛰거나 무리가 뛰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가젤 중에 한 마리가 잡힐 수밖에 없다.


결국, 무리 뒤에 조금씩 뒤처지던 한 마리가 표범의 튼튼한 이빨에 물려 쓰러진다.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던 가젤들이 이내 멈추어 선다. 잠시 두리번거리고는 다시 평온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가젤들은 표범이 먹이를 기다리고 있는 새끼들과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젤 한 마리면 충분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끔찍하긴 하지만 약육강식의 냉혹한 자연 세계에서는 일상적인 장면이다. 가젤이 무리 지어 있으면 좋은 점은 한두 마리만 위협을 감지해도 그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포식자의 위협뿐만 아니라 먹이나 물에 대한 정보도 공유한다.


지성을 갖춘 인간은 초식동물처럼 이런 원초적인 군집 성향에 전적으로 지배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 사회에서는 비슷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주식이 폭락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어느 순간 신호가 있으면 내다 팔기 시작한다. 딱히 미래 전망을 판단하지 않는다. 그래프의 파란색 선은 급강하한다. 정보가 없는 투자자들은 다수가 하는 대로 같이 내달려야 한다. 혼자서 정보를 모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모르면서 무리가 가는 방향과 반대로 가는 것은 무모하다. 가지고 있는 주식을 일찍 팔수록 손해를 적게 본다. 망설이다가 뒤처지면 팔 수 있는 기회도 놓친다.


이런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몇 개월 또는 몇 년 후 시장 전망을 내다보고 알짜배기를 사들이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포식자에 대적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외부 분위기에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냉철하게 가치를 탐색하고, 판단하는 사람들이다. 돈을 번다는 관점에서는 그들은 현명하다.


정보와 심리에 의해 지배되고 수요와 공급 원리로 가격이 결정되는 주식시장은 대표적으로 군집행동이 일어나는 곳이다. 지금까지 몇 번의 대규모 금융위기에서 군집행동이 나타났다. 일상적인 시장에서도 특정한 종목에 집중했다가 빠지고 하는 군집행동을 보인다. 금융시장에서 군집행동이 명백하다 보니 그 양상을 수학적인 모델로 설명하기도 한다.


온라인화된 세상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는 과정에서도 군집행동이 일어난다. 대중이 많이 사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몰린다. 가족들이 외식할 장소를 고를 때는 아이들이 우선 식당 조회수와 리뷰수부터 본다. 리뷰가 적다면 일단 고려 대상이 아니다. 조회수는 스스로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군집행동은 직관적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실험을 통해 입증한 연구도 있다. 온라인 도서 구매에 관한 실험이다. 180명의 학생을 각각 60명씩 3개 실험집단으로 나누었다. 2권의 책(책A, 책B)에 대한 기존 판매 부수 정보를 실험집단별로 각각 다르게 제시하고, 그 가운데 사고 싶은 책을 선택하게 했다.


[집단1] 판매 부수 : 책A 9,000권, 책B 3,000권

[집단2] 판매 부수 : 책A 6,000권, 책B 3,000권

[집단3] 판매 부수 : 책A 3,000권, 책B 3,000권


책A를 선택한 비율은 집단1이 가장 높았고, 집단2가 그다음이었다. 2권의 책에 대한 기존 판매 부수를 똑같이 3,000권으로 제시한 집단3에서는 큰 차이는 없었지만 책B를 구매하겠다는 비율이 약간 더 높았다. 이미 많이 판매된 책을 선택하는 군집행동 현상을 실험을 통해 확인한 연구다.


이 연구에서는 ‘별점 평가’를 활용한 실험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비슷한 다른 구독자들의 추천이 전문가 추천보다 도서 선택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식과 생각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이 사고와 이념의 추세에 맞추려고 한다. 게시물과 의견에는 '조회수'와 '좋아요'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효과가 생긴다. 블로그의 팔로우어와 조회수가 적으면 콘텐츠를 노출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늘리는 특수 기법이 통용되기도 한다.


기업과 같은 조직에서는 이런 군집행동이 치열한 경영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요구되는 고유한 조직문화를 형성하고, 구성원에게 일체감을 주는 기능도 한다. 반대로 조직 내 다양한 사고와 행동을 배제하면서 역기능도 초래한다. 집단사고에 의한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어떤 큰 빌딩에 들어가는 사람이 있다. 1층 로비에 들어서자 많은 사람이 겁에 질린 얼굴로 밖으로 몰려나오는 것을 보게 된다. 그 사람들이 왜 뛰어나오는지는 모른다. 화재나 테러 등 그곳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한 정보를 그들 중 일부는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수를 따라가는 것을 군집행동이라고 조롱할 수는 없다. 정보가 없으면 다수가 하는 것이 그나마 안전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무리 지어 사는 초식동물의 속성과 냉철하고 용기 있는 현자(賢者) 사이에서 어디에 서야할지 끊임없는 갈등을 겪는다.



(참고자료)

Bikhchandani, S., et al. (2001). Herd Behavior in Financial Markets. International Monetary Fund(IMF), 279-310.

Chen, YF. (2008). Herd Behavior in Purchasing Books Online. Computers in Human Behavior, 24(5):1977-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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