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행동 10] 합리적 결정의 한계
다음은 미국에서 경영·경제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주로 읽는 잡지 The Economist가 한 때 홈페이지에 실제 게시했던 연간 구독 옵션이다.
[옵션A] e-book ($59)
[옵션B] 인쇄본 ($125)
[옵션C] 인쇄본 + e-book ($125)
옵션A는 종이 인쇄물 없이 온라인으로만 구독하고 가격은 59달러이다. 옵션B는 인쇄본 우편 배송으로 125달러, 옵션C는 우편으로 인쇄본도 받고 온라인으로도 볼 수 있는데 125달러이다. 사람들은 어떤 구독옵션을 많이 선택할까?
인쇄본이 125달러인데, 같은 가격에 인쇄본과 e-book을 같이 구독할 수 있다는 옵션이 좀 특이하다.
이 광고를 이상하게 여긴 Dan Ariely 교수가 MIT MBA 학생 100명에게 The Economist가 홈페이지에서 실제 사용했던 구독 옵션을 똑같이 제시하고 선택하게 했다. 다음은 그 결과 각 옵션별 선택한 인원수다.
[옵션A] e-book ($59) ⇒ 16명
[옵션B] 인쇄본 ($125) ⇒ 없음
[옵션C] 인쇄본 + e-book ($125) ⇒ 84명
84명이 '인쇄본 + e-book($125)'을 선택했고, '인쇄본($125)'을 선택한 사람은 없었다.
이번에는 또 다른 그룹의 학생 100명에게 구독 옵션B를 빼고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옵션 중에서 선택하게 했다. 다음은 그 결과이다.
[옵션A] e-book ($59) ⇒ 68명
[옵션C] 인쇄본 + e-book ($125) ⇒ 32명
'인쇄본+e-book($125)'을 고른 사람이 84명에서 32명으로 반 이상 줄어들었다. e-book만 보겠다는 사람은 16명에서 68명으로 늘어났다.
왜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
'인쇄본+e-book($125)’과 같은 가격으로 '인쇄본($125)'을 살짝 미끼(decoy)로 제시하면, 실제로 자신이 필요한 것보다는 비슷한 2개 옵션 중에서 더 좋아 보이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누구도 고르지 않는 옵션B를 넣은 이유는 옵션C가 상대적으로 더 좋아 보이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전자제품 대리점에 전시된 TV 가격이 다음과 같이 제시되어 있다. (요즘이면 한국 제품을 선택모델로 제시했을 것이다.)
▶ 36인치 파나소닉 TV : $690
▶ 42인치 도시바 TV : $850
▶ 50인치 필립스 TV : $1,480
합리적 고객이라면 이 세 가지 모델의 성능과 디자인, 내구성, 가격 등 가치를 종합적으로 비교해서 구매를 결정한다. 그러나, 시간과 정보가 제한된 사람들이 최적의 모델을 고르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럴 때 대부분 고객은 가격의 중간에 있는 제품을 선택한다는 것을 판매회사는 알고 있다. 따라서 꼭 팔고 싶은 제품(42인치 도시바 TV)을 가운데 배치하는 전술을 사용한다.
레스토랑에서 가장 비싼 메뉴는 비록 선택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지만, 그다음 비싼 메뉴를 상대적으로 합리적으로 보이게 만들어 판매량을 높인다. 와인 리스트에서도 대부분 손님이 가장 비싼 와인보다는 두 번째로 비싼 와인을 고르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심리를 이용해 두 번째 와인의 마진을 가장 높게 정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항상 경제적으로 적합한 결정을 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일상에서 많은 선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가 설계한 프레임에 의해 좌우되기도 한다.
어쩌면 철저하게 합리적으로 계산하기보다는, 이렇게 속으면서 '사는 것'이 오히려 더 인간적이지 않을까?
* 참고자료
Dan Ariely. (2008). 『Predictably Irrational』.
** 이미지 : AI 활용 생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