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자의 거짓말을 부르는 질문들
입사 지원자가 진실하게 답변할 가능성이 낮은 면접 질문들이 있다. 진실하게 답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거짓으로 답변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야근한다면 적정한 시간은 몇 시까지라고 생각합니까?” (58.3%)
면접에서 이 질문을 여러 번 사용한 적이 있다. 지원자가 회사 일에 어느 정도 몰입할 수 있을지, 일과 삶의 균형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확인해 보겠다고 던진 질문이다. (괄호 안의 숫자는 신입사원 463명에게 익명으로 설문한 결과, 진실하게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응답한 인원의 비율이다. 이후 이 글의 다른 면접 질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지원자들이 이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 순간 얼굴에 살짝 미소가 비친다. 아마 ‘야근하기 싫은데요’라고 속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야근은 할 수 없고 정시에 퇴근하겠다는 지원자는 거의 없었다.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저녁 9시 정도가 적당하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던 것 같다. 이 질문에 대한 지원자의 답변 내용에 따라 채용 적합 여부를 판단할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
이 질문은 설문 결과 58.3%가 진실하게 답변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어차피 반 이상이 마음에 있는 것을 그대로 말하기 어렵다는 질문을 굳이 던질 필요가 있을까?
“조직 내부의 문제를 외부에 알리는 내부고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48.6%)
이 질문도 면접에서 여러 번 사용해 보았으나, 별로 얻은 것은 없었다. 48.6%가 진실하게 답변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지원자의 답변은 거의 다음과 같이 정해져 있다.
“내부고발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문제가 있다고 해서 바로 외부에 폭로하는 것보다는 조직 내에서 다양한 보고체계나 소통창구를 통해 해결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지원자가 간략하게 답변하면 면접관이 더 이상 물어볼 것이 없다. 지원자의 과거 행동이나 경험에 관해 질문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생각이 그렇다는 데 무엇을 더 추가해서 확인하겠는가? 대부분의 면접 준비 서적이나 교육 과정에서 이렇게 답변하라고 알려준다. AI에게 질문해도 이런 정도의 표준답변을 제시한다. 지원자가 이 표준에서 벗어난 답변을 하면 오히려 면접관이 곤란해진다.
“사회 안전과 윤리 경영을 위해서 내부고발이 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답변하면 면접관은 고민하게 된다. ‘이 사람은 지나친 원칙주의자인 것 같다. 회사에서는 공정과 부정이라는 것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일들도 많은데, 내부 문제를 무조건 밖으로 가지고 나가 터트리면 어떻게 하지?’
“내부고발은 조직에 해를 끼치는 것이므로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반대로 이런 답변도 받아들이기에는 난처하다. 지원자의 도덕성도 의심이 되지만, 그보다는 눈치 없이 이런 답변을 한다면 분별력이 있는지 의심하게 된다. 결국 지원자들의 모범답안은 정해져 있고, 이 질문을 채용 면접에서 활용할 실효성은 매우 낮다.
“부모님과 가장 심하게 갈등을 겪은 일은 무엇입니까? 어떻게 해결하였습니까?” (32.4%)
지원자의 갈등 해결 경험을 알아보고자 던지는 질문이다. 갑자기 이런 질문을 받으면, 짧지 않은 인생에서 부모님과 갈등이 있었던 경험을 바로 떠올릴 수 있을까? 설령 분명하게 떠오르는 가슴에 새겨진 사건이 있다고 해도 솔직하게 털어놓을 가능성은 낮다. 그것이 깊숙한 사생활의 문제라면 답변을 기대할 필요조차 없다.
굳이 던질 필요가 없는 질문들이다. 지원자가 거짓말하게 하는 질문들이다. 짧은 면접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지원자를 파악하려면 이런 것보다는 좀 더 실효성 있는 질문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지원자들이 진실하게 답변하기가 곤란하다고 해서 모두 의미 없는 질문은 아니다.
“이전 직장을 그만둔 이유는 무엇입니까?” (53.6%)
“이전에 근무했던 직장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좋지 않았던 점은 무엇입니까?” (46.0%)
절반 가까이 진실한 답변이 곤란하다고 응답한 질문이다. 그러나, 이전 직장에서 이직 사유나 근무 조건에 대한 지원자의 생각은 채용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므로 필요한 질문이다.
그렇더라도 지원자가 솔직하게 답변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전 직장에서 큰 문제가 있어서 그만둔 지원자가 사실대로 대답하기를 기대할 수 없다. 이전 직장의 부정적인 면을 말하면 면접에서 오히려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것도 취업준비자들은 각종 교육을 통해 알고 있다. 이런 질문에 지원자가 사실대로 답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고 후속 질문이나 추가 검증을 하지 않는다면 표면적인 답변에 그칠 뿐이다.
* 이미지 : AI 활용 생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