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나무가 쓰러지지 않는 법
"키 큰 메타세쿼이아가 거센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것은 옆의 나무들과 뿌리가 얽혀 서로를 지지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도 다른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을 때 어려움을 더 잘 견디어 냅니다."
교육 업무를 담당하던 시절, 한 리더십 강사가 메타세쿼이아의 이런 특성을 비유로 들며 강의하는 것을 들었다. 들은 내용이 미심쩍으면 사실을 확인해 보는 습관이 있다. 자연과학에 대한 강의도 아니고, 중요한 것은 전달하려는 취지인데 굳이 확인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간혹 강사들이 감성적인 전달을 위해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사용할 때가 있어 가끔은 합리적인 의심도 필요하다. 한때 강연과 방송에서 자주 언급되던 독수리의 환골탈태 이야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40년 가까이 살아온 독수리는 낡고 구부러진 부리로 더 이상 사냥이 어려워진다. 이때 독수리는 그냥 죽든지 부리를 새로 나게 하든지 선택해야 한다. 부리를 새로 나게 하려면 아무것도 먹지 않고, 스스로 부리를 바위에 부딪혀서 깨뜨리고 새 부리가 돋아나게 한다. 그러고 나서, 새로 난 부리로 자기의 발톱을 뽑아낸다. 마지막으로 낡고 무거운 깃털들을 모두 뜯어낸다. 이 과정에서 독수리는 약 여섯 달 동안 극심한 고통을 견디어내야 한다. 이런 과정을 이겨내면 다시 몇십 년을 새롭게 살아갈 수 있다."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을 말하려는 것이다. 감동적이지만, 사실이 아닌 전설적인 이야기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이를 실제 이야기로 받아들이기도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혹시 과장이 있지는 않을까 싶어 메타세쿼이아(Metasequoia) 뿌리에 대해 찾아본 것이다. 그 비유는 과장이 아니었다.
그렇다. 여러 그루의 메타세쿼이아들이 서로 뿌리를 연결하여 그 힘으로 강풍을 버티고, 물과 영양분을 서로 공유한다고 한다. 겉으로는 웅장하고 튼튼해 보이는데, 땅속에서는 서로 뿌리를 감싸며 버티고 있는 것이다.
메타세쿼이아는 우리나라 토종은 아니지만 지금은 여러 지역에서 인상 깊은 풍경을 만들어 준다. 전남 담양은 대나무로도 유명하고, 메타세쿼이아 가로수를 따라 드라이브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대전의 장태산 휴양림도 메타세쿼이아가 아늑한 숲을 이루고 있다.
이탈리아 발도르차 평원 곳곳에 서 있는 길고 큰 나무를 사이프러스(Cypress)라 했다. 사이프러스도 역시 서로 뿌리를 접목하여 바람에 견디고, 영양분을 나누고, 병해에 대한 신호도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