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3
세상의 변화는 인과관계의 연속적인 사슬로 엮여 있다. 태초에 인과관계가 시작된 배경을 모두 알 수는 없겠지만, 사람도 상당 부분 자기 의지로 그 흐름에 관여한다.
삶은 곧 선택의 연속이다. 전공, 학교, 직업을 선택한다. 자신의 모습, 가치관, 성향과 사상도 스스로 선택한다. 친구도, 같이 살 인생의 동반자도 선택한다. 물론 의지와 관계없이 정해지는 것이 훨씬 더 많겠지만, 사람에게는 분명히 선택할 수 있는 힘도 주어져 있다.
이러한 선택의 결과 또는 주어진 조건에 따라, 같은 위치에서 시작해도 삶은 각기 다르게 전개된다. 같은 출발선의 사람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며,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간다.
이러한 '갈림길'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연구가 있다. 비슷한 연령대의 하버드대 졸업생 268명의 인생을 80년 넘게 추적한 연구 기록이다. 최고의 교육을 받은 엘리트들에게도 삶의 중간중간에서 선택한 결과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의 양상이 펼쳐졌다.
당연히 선택한 직업은 다양했다. 월스트리트, 대형 로펌, 의료 분야 등에서 경제적인 안정과 명성을 얻는 길을 가거나, 예술 분야, NGO 등에서 자기의 가치를 추구하는 길을 선택한 사람들도 있었고, 사과 농사를 짓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의 삶은 친구, 배우자 등 사람 관계에 따라 건강, 수명, 직업 만족도, 행복 수준에서 서로 다른 경로를 따라갔다. 술이나 흡연 등 생활습관 선택도 결정적인 갈림길이 되었다.
사람의 삶이 이렇듯, 자연의 세계에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도 이와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에는 한 지점의 빗방울이 동해, 남해, 서해 세 방향으로 흐르는 갈림길이 있다. 바로 강원도 태백의 삼수령이다. 백두대간의 중요한 분수령이다.
북쪽에 떨어진 빗방울은 한강이 된다. 정선, 영월, 충주, 여주를 거쳐 서울로 흘러 서해로 간다. 빗방울이 바로 옆 남쪽에 떨어지면 낙동강이 되어 안동, 구미, 대구를 지나 부산에서 남해로 향한다. 그리고 동쪽으로 떨어진 한 줄기는 삼척 오십천을 거쳐 곧장 동해로 흘러든다.
같은 구름에서 같은 곳에 내려온 물방울이지만, 떨어진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여정을 맞이한다. 바다, 그 종착지는 같을지라도, 그곳에 이르기까지 쌓은 사연과 굴곡은 결코 같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 세 바다로 흘러갈 물의 운명이 갈리는 곳에 머물렀던 시간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매 순간의 선택이 삶의 크고 작은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은, 묵직하지만 피할 수 없는 깨달음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