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페 디짜이(4) - Mr.치앙마이

Mr.치앙마이

by 서화림

부르는 사람이 없어도 오늘은 님만해민에 가봐야지 하며 길을 나섰다.

오늘 나선 건 수끼(태국식 샤브샤브)가 먹고 싶어서였는데, 혼자 먹기가 싫은 거다. 아무리 해도 주위에 한국 사람이 보이질 않으니 내가 직접 찾아서 같이 수끼 먹자고 하고, 싫다고 하면 내가 사주겠노라 우겨서 끌고 가겠다 생각하며 한국인 많은 님만해민을 행선지로 결정했는데 결과적으로 유쾌하게 실패했다.


오늘은 매반이 오기 전에 일어나야지, 하고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는데 어두침침한 이 방은 잠자기에 너무 좋은 환경인지라 눈을 뜨니 열 시. 한밤에 서너 번씩은 깨곤 하던 예민함은 다 어디로 간 건지, 낯선 곳에 혼자 누워 나는 깨지도 않고 10시간쯤 내리 잠든다.


부지런 부지런 바삐 길을 나선다.

게스트하우스 바로 앞 산티탐 오거리에 서서 잠시 고민한다.

근데, 님만해민은 어느 쪽?

일단은 익숙한 시장 거리로 발길을 향한다.


왠지 느낌이 통해 들어선 골목에서, 예정에 두었던 집 중 하나인 도이뷰 맨션을 발견했다. 동네가 좀 눈에 익기 전에는 집을 보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있었지만, 이렇게 눈앞에 나타났는데 어쩌겠는가? 냉큼 들어선다.

도이뷰 맨션 근처 골목 탐방을 하고, 막다른 골목에 다다라 다시 돌아 나오고 어쨌든 목적지는 님만해민인데, 자꾸 멀어지는 기분이 든다. TOP's 마켓도 발견하고, 버스 정류장도 발견하고. 소방서도 학교도 모두 발견한 거라 우기며 걷는 길.

너무 많이 걸었나?


드디어 누군가에게 님만해민을 물었는데, 발음이 이상한지 잘 알아듣지 못한다.

성의껏 귀 기울이던 그녀는 나를 썽태우 기사 앞으로 데려가 "님만, 님만"하고는 가버린다.

기사는 80밧을 부른다. 나는 비싸다 했고 그는 60밧으로 깎아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걸어가겠다며 발길을 재촉해 틀린 길을 계속 간다. 그는 나를 잡지 않는다.

20밧도 80밧도 상관없었지만, 님만해민까지 걸어가고 싶었다.

한참을 더 걸어 만난 삼거리에서 머뭇거리며 길을 건넜다.


아직 우리와 반대 방향인 차의 움직임이 익숙지 않아 한 방향만 바라보며 길을 건너다 위험해지기 일쑤다. 그런 나의 모습을 불안불안 쳐다보던 오토바이 가게 주인아저씨는 내가 가까이 가자 허리를 곧게 편다.

님만해민에 간다고 했더니 내가 온 길을 다시 돌아가라고 이야기한다. 뭔가 더 말 하고 싶은 눈치지만 우리의 모자란 언어 소통 능력으로는 거기까지가 한계. 감사 인사를 하고 또다시 불안한 걸음으로 길을 건넌다.


한낮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도 않다. 애초에 이 도시는 인구 밀도가 높은 곳이 아닌가 보다. 잠시 길을 물을 사람을 찾아 시선을 움직이는데 오토바이를 탄 사람이 나를 쳐다본다. 내가 님만해민을 묻기도 전에 그는 자기도 님만해민에 간다고 태워주겠다고 한다.

여차하면 뛰어내릴 수 있는 오토바이라 할지라도 한국에서였다면 그렇게 냉큼 올라타지는 않았을 텐데.


바로 근처에 있는 줄 알고 출발했던 님만해민은 너무나도 멀었다.

내가 산티탐에서 출발했다고 이야기하자 그는 크레이지라며 웃었다.

그의 이름은 에-프랑스어로 1이라는 의미라고 한다는데 나는 그에게 불어도 아냐며 똑똑한 사람이라고 말해주었다.

에는 내 친구 금이의 남편을 꼭 닮은 사람이었다. 설마하니 금이 남편 닮은 사람이 나에게 사기 치겠어? 라는 근거 없는 믿음으로 닮은 사람의 오토바이를 탑승한 나. 대책 없지만 잘했어!


목적 없이 그저 님만해민에 간다는 나를 난처해하며 님만해민 로드 어디쯤에선가 그는 나를 내려주었다. 알고 보니 그는 아까 내가 길을 물었던 오토바이 가게의 직원이었다. 사장님이 시킨 거라며 나를 님만해민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한다. 애초에 그는 님만해민에 볼일 따위는 없었던 거다. 수고에 대한 감사로 돈을 주어야 하는 걸까, 친절에 대한 대가를 그런 식으로 치르고 싶지 않았지만, 사실 그 외에 어떤 걸로 감사를 전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몇 번이나 거푸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으로 감사 인사를 전한다.


정처 없이 걷는 님만해민.

어떻게 된 게, 사진 기술들이 너무 좋은 건지 기대가 너무 컸던 건지. 익히 들었던 압구정 이미지의 님만해민은 없다.

혼자 걷기엔 외로운 곳.이라는 것이 님만해민의 인상이었다.

엄청나게 맘에 들지만 엄청나게 비싼 가격의 레지던스들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

12시가 넘었을 뿐인데 하루 치의 기운을 다 써버린 것 같이 피곤하다.

그냥 돌아갈까 하다가 기운을 내 눈에 보이는 마사지 집에 들어간다.


치앙마이는 물가가 싼 곳이라는데, 나는 아직 치앙마이의 물가를 체감하지 못한다.

시간당 200밧하는 마사지를 두 시간 받으며 휴식은 취했으되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방콕같이 생각해서 100밧을 팁으로 내밀었더니 너무 좋아한다. 아마도, 많이 준건가 보다. 내일은 게스트하우스 맥가이버아저씨에게 적정한 수준의 팁에 대해 물어봐야겠다. 아울러, 괜찮은 마사지샵도.

마사지가 끝나니 힘이 난다.


님만해민의 쏘이(골목)를 둘러보기로 한다.

둘러둘러 가는 길. NES 어학원 발견! 어학원 상담받고 나와선 점찍어뒀던 숙소 중 하나였던 MP하우스까지 찾았다! 오늘은 찾아가 보리라 마음먹었던 곳을 이렇게나 우연히도 만나지는 마법같은 날이란 말인가?


아직 님만해민에 정을 붙이지 못한 내가 집을 보는 건 이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쨌든 보려고 마음먹었던 곳이기 때문에 들어갔는데 장기 투숙을 위해서는 두 달간 기다려야 한단다. 게다가 방세와 전기세, 수도세가 생각보다 비싸다.

인사하고 나오는데 비가 많이 온다. 준비해간 우산을 펼친다.


외로운 님만해민.

아직도 나는 함께 수끼 먹어줄 한국 사람을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항공은 자리가 없어서 못 팔 정도라는데 대체 치앙마이에는 여행객들이 다 산으로 들어간 걸까? 이곳저곳 식당을 기웃거리다 결국 포기하고 센탄을 향해 떠나는 길.

비가 많이 쏟아지기 시작해서 사람 많은 식당 아무 곳에나 들어갔다.


쌀국수는 없다고 해서 쏨땀과 오리고기를 주문했는데 어디 한국 호텔에서나 내놓을법한 퓨전 태국음식 같은 걸 내놓는다. 며칠을 두고 내내 쏨땀을 실패했는데 오늘같이 처참한 실패는 처음이다. 오리고기도 그 기름기에 맛을 알 수가 없다.

원래 오리고기가 그렇게 기름기가 많은 음식이었던가? 숯에 구운 건데도?

그저 보기에만 정갈한 비싼 태국 음식을 먹으며 파리와 싸우다 말고 미련 없이 일어났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 왜 하필 오늘 긴 치마를 입었던 건지.

처덕처덕 달라붙는 치마와 세탁이 어려운 운동화에 신경을 쓰며 걷는 길. 긴 처마를 만나면 멈춰 서서 지나가는 차들을 쳐다보고 도로에 고인 빗물을 쳐다본다. 그런 내가 신경 쓰이는 걸까. 신호를 받아 멈춘 운전자들의 시선을 엄청나게도 받았다.

다행히도 머지않아 센탄이 나타났다.


비가 와서 어제의 노점상은 모두 철수했을 줄 알았는데, 모두들 큰 우산을 둘러놓고 장사를 한다. 욕심껏 꼬치를 고르고, 맞은편에서 돼지고기 볶은 걸 산다. 백화점에 들어갈 마음도 없고, 이제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길을 건넜는데, 오늘도 하옉 산티탐행 썽태우는 구경하기 어렵다.

몇 번의 실패 끝에 빈 썽태우를 잡아타고 돌아올 수 있었다.

20밧이라고 해서 주기는 하는데, 10밧 정도면 충분하고, 로컬이라면 5밧도 가능하겠다 생각이 드는 걸 보니 드디어 숙소에서 센탄까지, 감이 온다.


게스트하우스 맥가이버씨가 말해준 센탄으로 가는 그 길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왼쪽 방향이었다. 오른쪽 방향이 아니다. 저도 모르게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던 나는 그래도 나는 씩씩하게 길을 물어가며 잘 찾아가기는 했다. 한 시간쯤 골목 산책을 하고. 앞으로는 맥가이버씨가 알려준 길대로 15분 만에 센탄을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마르는데 이틀은 걸릴 거라고 예상하며 엉망이 된 치마를 빨아 널고 샤워를 하니 배가 고프다. 센탄에서 사 온 꼬치와 밥을 먹고 집 떠나 처음으로 포만감 있게 음식을 먹었음을 기뻐한다. 먹고 싶다면, 혼자가 무슨 상관이냐며 내일은 수끼라도 먹으러 가볼까 호기롭게 생각한다.

외로운 님만해민을 떠나 산티탐으로 돌아오니 비로소 마음이 평화롭다.

아무래도 산티탐에 살아야 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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