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페 디짜이(11-1) - 두번째 수다모임

10월 1일 금요일 오전 11시 01분 - 두번째 수다모임(1)

by 서화림

"오늘은 명상으로 장을 열어보려 합니다. 모두 눈을 감으세요. 호흡에 집중해봅니다."

오늘은 지난주와 달리 테이블 없이 의자만 원을 그리며 다닥다닥 놓여있다. 한 사람 한 사람 들어올 때마다 "오늘은 테이블을 치워서 찻잔 올릴 데가 없으니 마치고 차를 마실게요."하고 안내하던 연마담은 동그랗게 놓은 다섯 개의 의자가 모두 다 채워지자 명상을 시킨다.


뜬금없는 명상이라 당황스러웠지만 일단은 시키는 대로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아보니 새삼스레 이 사람들, 이 자리가 나에게 편하지 않다는 것을 알겠다. 드러누우라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거북할 수가 없다. 당연히 명상에도 집중이 되지 않는다.


"집중이 잘 안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천천히 자신의 호흡에 집중해보세요. 오래 들이마시고 그보다 더 천천히 내쉬며 내 안의 장기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숨을 들이마시기 위해 한껏 늘어난 폐가 내쉬며 쪼그라듭니다. 건강한 심장이 온 몸에 혈액을 공급해줘서 우리의 손발이 따뜻해집니다. 아침 식사는 하고 오셨나요. 내 위장이 꼬르륵거리지는 않는지 혹은 배가 부르다는 신호를 보내지는 않는지도 집중해봅니다. 점점 더 고요해지는 정신에 집중해보세요. 내 호흡으로 이 세계를 이루어 봅니다. 들이쉬고, 내쉬고. 좋아요, 천천히 들이쉬고, 내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큰 원을 그리며 우리의 등 뒤를 걷던 연마담의 기척이 사라졌다.


"이제 눈을 뜨세요."

조용히 모두의 눈꺼풀이 열렸다.

"오늘은 명상으로 시작을 해보았는데요,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명상은 자기 안의 에너지를 잘 갈무리 할 수 있는 훌륭한 안정제이므로 앞으로도 장 시작 하기 앞서 종종 명상을 해볼까 합니다. 좋아요. 한 주간 어떻게 지내셨나요. 돌아가며 얘기를 해 볼까요."


"저는 바빴어요. 애 둘 먹이고 입히고 하다 보니 바쁘더라고요. 모임 문자 받고 정신 차리고 보니 목요일이었어요. 지난번 모임 마치고 시간이 후딱 갔어요."

은하가 말문을 열었다.

"저는 그냥 있었어요. 밤에 가끔 동네 산책하고 음악 듣고요. 아무것도 안 해도 진짜 좋아요"

뒤이어 엘리도 말을 꺼냈다.


"저는 빠이 다녀왔습니다. 비가 많이 와서 다리가 무너져서 지난번 빠이 갔을 때 묵은 숙소에 다시 가지 못한 게 아쉬웠는데 대신 이번엔 치앙마이에서 빠이까지 오토바이로 다녀왔다 이거죠. 볕 뜨겁고 중간에 비와서 우비 입느라고 난리치고 도로 미끄러워 넘어지고 돌아오는 길에 그 짓을 또 한 번 더 하고 해도 오토바이가 최고더라고요."

가브리엘의 말이 끝나자 내가 입을 열었다.

"저는 이 모임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어요. 지난번 했던 대화와 모임 진행에 대해 설명하셨던 거, 또 목표를 정해오라 하셨던 거 전부요."


"은하님은 바쁘셨고 엘리님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또 가브리엘님은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셨군요. 개똥이님은 생각을 하셨고요. 좋아요. 모두 한주를 그렇게 보내고 오셨군요. 저도 은하님처럼 애들 케어하면서 간간히 손님 오면 커피도 내리고 까페 운영, 게스트하우스 운영에 대해 고민하고 지냈습니다. 오늘은 지난번에 얘기했던 각자의 목표에 대해 얘기를 나눠볼 합니다. 생각이 많으셨다는 개똥이님 부터 얘기를 해보시면 어떨까요. 저희의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설명도 덧붙여 주시고요."


"저는 부모를 이해하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저는 평생을 착한 딸이 되어야한다는 강박 속에서 살아왔는데 최근에 어떤 일 때문에 사실은 착한 딸로 살 필요가 없었던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되었거든요. 그걸 풀지 못 한 채로 치앙마이에 왔고 앞으로 부모님과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부모를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던 연마담이 입을 열었다.


"개똥이님의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그러나 고작 10회로 진행되는 상담 속에서 찾기에는 너무 큰 목표를 잡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목표는 작고 구체적일 수록 이루기가 쉽거든요. 제가 이런 의견을 내는 것에 마음 상하지 않는다면 부모를 이해하고 싶다는 것보다는 부모를 이해하고 싶은 나의 마음, 개똥이님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했으면 좋겠군요. 이 자리는 부모님을 위한 자리가 아니고 개똥이님을 위한 자리니까 자기 자신을 우선순위에 놓고 생각해보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잘난 척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그 목표라면 지금도 대답할 수 있다. 부모를 이해하고 싶은 나의 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부모를 이해하고 싶으니까, 부모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나에게’ 그들을 위한 변명거리를 찾아주고 싶어서. 수긍하지 못하면서도 연마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것은 낯선자에게 보내는 우호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대놓고 나 이미 아는데?하는 것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보인 겸손 같은 것이었다.


"저는 원래의 나로 돌아가고 싶어요. 제 별명이 돌부처였거든요. 어지간한 일에는 놀라지도 않고 마음의 동요가 없어서. 그런데 요즘은 폭풍 같은 감정의 동요를 겪고 있어요. 그것 때문에 육아하는데도 지장이 많고요. 아무래도 아이들은 엄마의 상태에 영향을 많이 받으니까요. 평안하고 평정심 있던 원래의 저를 찾는 것이 상담 목표입니다."

은하가 말했다.


"은하님의 목표는 포괄적이네요. 원래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라...... 원래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달라질만한 어떤 이벤트가 있었나요?"

연마담이 물었다.

"네."

대답은 했지만 껄끄럽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절대로 지금 이 자리에서 그 말 안 할 거야. 그런 마음이라는 것을 한눈에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지금 굉장히 완고한 표정을 하고 계시네요. 본인은 알고 계세요? 우리 신체는 우리 마음보다 더 표현에 솔직하지요. 아쉽지만 그 부분은 언젠가 은하님에게서 직접 들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 자리에 와서 앉았다고 모든 고민이 씻은 듯 사라지는 것이 아니듯 여기 있다고 해서 속에 있는 말이 술술 나오는 것도 아니니까요. 달리 바꿀 용의가 없으시면 지금의 목표를 그대로 가져가도록 하겠습니다."

은하가 고개를 끄덕이자 가브리엘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선생님, 그거 꼭 정해야 하는 겁니까? 아니 뭐, 바빠서 따로 생각해볼 시간은 없었는데 귀찮게 왜 그런 걸 정해놓고 와야 하는지 모르겠어서요"

"가브리엘님, 사실 이 질문은 시간이 필요 없는 질문이랍니다. 제가 지난시간에 다음 한 주간 생각해 오시라고 말은 했지만 여기 오신 분들 뿐 아니라 누구라도 해결하고 싶은 고민 한둘은 있고 고민 뭐냐는 질문을 들었을 때 내 마음 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물음표가 있게 마련입니다. 저는 그 물음표를 건져오라고 질문을 한 거였고요. 나는 절대로 하고 싶지 않다. 이렇게 말씀하신다면 저도 더 이상 권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렇지만 가브리엘님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어떤 질문이 있어서 저희와 함께 나눠주시면 정말 기쁘겠네요."


"그러면 연애하고 싶다로 정하겠습니다.“

"네, 가브리엘님이 목표를 정해주셔서 제가 정말 기쁩니다. 바꿔 말해 가브리엘님은 왜 나는 연애를 하지 못할까로 정하신다 해도 되겠지요?"

연마담의 말에 모두 얼굴이 붉어질 만큼 웃음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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